▲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세종대로 삼성본관의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유지했다. 금융시장에서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대다수가 예상한 것과 일치한 결과다.

한은은 또, 대다수가 예상한 것처럼 약간의 의미심장한 표현도 금통위 공식성명서인 통화정책 방향에 포함했다. 경제성장세를 “견실하다”고 평가했다.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을 살짝살짝 행간에 담고 있는 것이다. 마침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6%에서 2.8%로 상향 수정했다.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경제전망 또한 금통위 의결을 거쳐서 발표된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위한 바람몰이 시작에 나섰지만, 당장 1.5%로의 인상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리더십 변화가 관건이다. 이주열 총재는 내년 4월 임기가 끝난다. 그가 물러나기까지 앞으로 5차례 정도 금통위 회의가 더 열리기 때문에 벌써부터 한은 전체가 움츠러들기는 다소 이르다.

그러나 금리인하보다 금리인상은 한은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살피고 두들겨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경제정책 구조에서 현실이 그렇다.

특히, 정부와의 공감대 확보가 큰 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한 동안엔 한은과 정부의 공동행보에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정책이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비난받고 있는 배경의 하나는 이주열 총재가 수차례 금리인하로 화답했던 점이 작용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2015년 12월부터 제로금리를 탈피해 통화긴축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이후 기준금리를 오히려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는 이 기간 1.5%포인트에서 현재의 0.25%포인트로 급격히 축소됐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하루에 3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은 축소된 금리격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박근혜 정권의 발권력 동원요구도 그대로 응했다. 정부요구에 ‘자동문’ 중앙은행이었다는 조롱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랬던 한은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긴축으로 돌변할 경우, 정부와의 마찰이 정치적으로까지 번질 위험도 안고 있다. 이주열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옥신각신’ 차원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추경도 난관에 처해있는데, 갑자기 ‘매파’로 돌변하는 한은은 또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비난이 한은에 집중될 수 있다.

물론, 중앙은행의 독립적 통화정책이란 명분으로 이론적으로는 격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가 퇴임하기 전까지 한은이 ‘독립적 중앙은행’이란 명분을 과연 얼마나 내세울 수 있느냐다.

지난해 6월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에서 이 총재가 제대로 소신을 지키기만 했어도 현재 한은이 상당한 정책여력을 가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때, 이주열 총재는 국회에서도 발권력 동원이 소신에 맞지 않으며 재정을 동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당시까지 여당의원이었던 유승민 이종구 이혜훈 의원과 당시 야당의 김부겸 의원 등이 일제히 공감을 피력하고, 재정으로 전환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이 총재는 한은에 돌아와 금통위 회의를 열고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이 때만해도 박근혜 정권이 반년 후 탄핵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었다.

만약, 이 때 이 총재가 ‘자리를 걸고서라도’ 소신을 관철했다면, 현재 금융시장에서 이 총재 발언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는 더욱 절대적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말미에 향후 통화정책에서 감안할 주요 요인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제시했다.

미국의 Fed 뿐만 아니라, 현재는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캐나다 중앙은행이 모두 긴축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G7 국가 가운데 일본은행만 제외하고 모든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선진국 금융시장의 금리 격차 축소에 대한 우려는 지난주 채권시장의 자금이탈로 확인이 됐다.

하지만 현재 한은으로서는 내년 4월까지는 이런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더 이상의 충격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무난한 길이다.

긴축전환을 강조할만한 리더십의 부재를 절감하고는 있지만, 그와 함께 고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로부터 확고히 자리 잡은 한은 총재의 위상을 지키는 임무도 안고 있다.

몇 차례 총재가 바뀌면서 전철환 전 총재와 같은 시장의 신뢰는 크게 약화됐지만, 총재 임기보장 만큼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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