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4대강, 제 2의 사드 되지 않도록 충분한 소통과 토론 거쳐야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지난 14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탈 원전’의 발걸음이 본격화된 느낌이다.

앞으로 3개월 정도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거쳐 공사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 원전'을 선언한 이후 1개월도 안 돼 국내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공사가 전면 중지되는 국면을 맞았다.

즉 새로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가 없기 때문에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전들이 노후화돼 20~30년 후 전부 정지될 경우 우리 국토에서 원전은 사라지게 된다. 말 그대로 '원전 제로' 시대를 맞는 셈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원전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빠르게 공사 중단이 결정되었지만 탈원전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국론 분열 양상으로 증폭되는 모양새여서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자칫 하면 박근혜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 논란과 같이 두고 두고 정권의 발목을 잡는 '골칫덩이'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우선 에너지 정책은 국가 백년지대계 중의 하나로 국가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스템인데, 충분한 토론과 검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공사 중단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다.

특히 신고리 원전과 같은 경우 공사 규모가 커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경제, 산업, 환경, 안보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신고리 원전은 이미 2조6000억 원 정도의 돈을 들여 30%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는 상태여서 매몰비용이 크고, 만에 하나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중지를 결정할 경우 1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를 최대 역점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에 지장을 초래하면서까지 멀쩡하게 진행되는 공사를 중단시켜 탈원전을 진행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더욱이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차세대 원자로 모델로 꼽히는 한국형 APR-1400이 들어가고, 이게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건설하고 있는 원전에는 물론 영국에 수출을 추진하는 무어사이드 원자력 발전소에도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유망한 수출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공은 향후 구성될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가겠지만 ‘탈 원전’이나 ‘탈 석탄’과 같은 에너지정책은 정권 차원에서라도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상당한 기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경제적, 산업적 영향은 물론 환경과 안전 문제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숙고의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지난 정권의 사드 배치 결정이나 4대강 개발 사업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에 따른 논란이나 영향을 충분하게 검토하고 공론화하지 못한 데서 온 정책 결정 과정의 실패에서 온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사실 정부는 사회적 비용이 큰 문제에서 갈등의 조정자가 되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권 차원에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갈등의 유발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 신고리 5-6호기가 딱 그런 경우라고 생각된다.

아무쪼록 이번에 결성되는 공론화위원회가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이런 점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물론 공사가 진행되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가급적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되, 지금 환경조사나 설계 단계에 있는 공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탈 원전과 탈 석탄 정책은 그 도입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조절해 연착륙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