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프랜차이즈까지 싸잡아 몰려선 안돼...진흥과 규제, 균형 있게 이뤄져야

▲ 권순만 원장

[외부 기고=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벌벌 떨다”, “숨죽이고 있다”, “몸을 사리다”

스릴러 영화의 피해자에게 흔히 쓰는 이런 표현들이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극적인 표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주인공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갑질’사건이 연이어 터진 후 프랜차이즈 업계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무회의에서 가맹점 권익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분쟁 시 프랜차이즈 본사 책임이 더 커졌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현재 벌벌 떨고, 숨죽이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하고 있는 지금의 행동들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옳은 행동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최근 불거진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어이없는 행태에 대해 필자 역시도 분노한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해서는 안 될 ‘짓’들을 분명히 벌였고 그에 대한 죗값 역시 톡톡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벌인 ‘짓’들로 인해 다른 선량한 프랜차이즈까지 매도 당하는 것은 안 된다.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탄생한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새우는 밤은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을 다 써도 헤아리기 힘들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지난 3월에 열린 한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 /사진=뉴시스

프랜차이즈 전문가인 조동민 박사 역시 이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걱정 어린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진흥과 규제는 함께 쌍두마차처럼 가야지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로 가면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는 일자리를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도 프랜차이즈이고, 세계로 뻗어나가 국위선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 역시 프랜차이즈다. 정부가, 그리고 언론이, 한 목소리로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를 매도하기만 하면 지금까지 한국 프랜차이즈가 일궈놓은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일자리 창출, 자영업자들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진출, 외화 획득 등 미래의 순기능도 생각을 해봐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말문을 쉽사리 열지 못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그 어떤 오너와 임직원 중 선뜻 나서서 진흥과 규제의 균형적인 진행이 필요하다 주장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 심기를 건드려 불매운동으로 벌어지는 사태를 피하고자 함이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찍히지 않으려 함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도 브랜드 이미지에만 생각을 침몰시키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 올 초부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기영 회장처럼 말이다.

박 회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규제보다는 진흥이 필요한 산업이다. 잘못된 것은 계속 지적해 달라. 하지만 프랜차이즈라는 업의 특성은 지켜낼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비판을 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의 말처럼 필자 역시 프랜차이즈를 규제만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진 않으리라 본다. 프랜차이즈도 점주 마케팅 위원회, 점주 협의회 등을 만드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정부 역시 진흥과 규제의 균형이 잡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합죽이가 되어버린 프랜차이즈 대신 어렵게 말을 꺼낸 박 회장의 심정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모두가 낭떠러지로 떠밀려 가는 중에 누군가는 목청껏 소리 높여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지 않겠는가.

프랜차이즈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이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 국격을 높이는 프랜차이즈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소통을 위해 크게 애쓰는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한경기획은 인도네시아에서 투자를 제안 받아 곧 청년다방, 은화수식당, 연화당을 인도네시아에 런칭 할 계획이다. 투자를 해서 외국으로 들어가는 선례는 많았지만 역으로 투자를 제안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가 하면 청담이상의 리코플레이트는 가맹점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상생하는 프랜차이즈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푸디세이는 가맹점주들과 전체 카톡방을 만들어 휴일에도 쉬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매도되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의 심도 있는 비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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