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파동 후 2년의 '투자 빙하기'...재벌 지배구조 개선이 관건

▲ 사진=하버드대학교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에 자금을 투자한 외국인들에게 2015년은 암흑의 시작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현대자동차 그룹의 삼성동 부지 매입은 이들에게 청천벽력이었다.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이해를 완전히 역행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특히 투자 안전을 중시하는 명문대학 펀드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 약 2년에 걸친 ‘투자의 빙하기’가 시작됐다.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엄청난 규모의 자체펀드를 운용한다. 교육기관이 큰돈을 모아 굴리고 있는 이유는 미국에서 캘큘러스 한 과목만 수강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200여명 수강생을 위해 교수 한 명과 두 세 명의 조교 뿐만 아니라 10여명의 소그룹 리더, 그리고 과제물을 채점하는 인력이 투입된다. 모두 상응하는 인건비를 투입하면서 확보하는 인력이다.

이는 기본 교육활동에 한한 것이고, 학교의 앞날을 위한 연구 활동을 위해서는 더욱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돈이니, 절대로 손해나지 않을 곳을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국제 투자시장에서 미국의 대학자금이 들어가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차이가 되는 이유다.

지난 2012년 초만 해도, 한국에 대해 이들은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대통령후보시절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다. 일부 재벌의 도덕적해이에 철퇴를 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후퇴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역시나’하는 회의감이 조금씩 확산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은 이런 회의에 결정타였다. 2016년에는 신규투자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관련업계는 전하고 있다.

이 분위기가 올해 봄부터 바뀌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의 자문 역할을 많이 수행하는 페트라자산운용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얼어붙었던 투자가 지난 3월부터 풀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3월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확정한 시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취임한 직후에는 본격적인 신규 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학 가운데는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곳도 있다”며 “이는 사학연금보다 큰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대학펀드가 투자를 시작하면, 기업펜션펀드도 뒤따라 들어온다”며 대학펀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들 자금을 받기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업의 지배구조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2012년 큰 기대를 했다가 ‘한번 속아봤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인 현재 시점은 아직 ‘지켜보자’는 단계지만, 주요 정부인사에 대한 인선 결과 상당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시장이 대학자금의 안정적 투자처란 평가를 굳히게 되면, 한국이 MSCI의 신흥국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 옮겨가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관건은 역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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