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16)...도브 광고가 주는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얼굴을 바꿔 나타나는 학생들이 많다. 더 예뻐지고 싶어 하는 개인의 욕구를 탓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취업 면접시험에서 더 좋은 인상을 얻으려고 성형수술을 했다는 대답을 들으면, 성형 열풍에 경영자들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사람을 뽑을 때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비중이 낮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은 “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고 했다. 외모가 빼어나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다.

도브 브랜드는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장기 캠페인 중에서 도브(Dove)의 온라인 광고 ‘스케치’ 편(2013)을 보자.

첫 장면에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산호세 경찰국에서 근무했고 자신을 법의학 화가(forensic artist)로 소개하는 FBI 소속의 길 자모라가 등장한다. 여성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 보드 몇 개와 한 남자가 있었죠” “우리는 서로를 볼 수 없었어요”라고 하는 순간, 자모라는 헤어스타일을 물어본다. “그 사람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죠. 몇 가지 물음에 대답하고 나서야 그가 저를 그린다는 걸 알았어요” “당신의 턱에 대해 말해보세요” “조금 돌출됐는데 웃을 때 더 그래요” “당신 턱이요?” “엄마는 제 턱이 나왔다 하셨죠”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얼굴형이 둥글고 통통해요” “나이가 들수록 주근깨가 늘어나네요” “이마가 크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스케치가 끝나면 인사하고 돌려보냈죠. 사람들의 실제 얼굴은 못 봤어요” “스케치하기 전에 클로이란 여자와 친해지라 했죠” 다음 장면에서 자모라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저는 좀 전에 만난 여자의 얼굴에 대해 몇 가지 물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대답은 뜻밖이다. “그녀는 날씬하고 광대뼈가 커요. 그리고 턱이 예뻤죠. 가는 턱이었어요” “그녀는 눈이 참 예쁘고 이야기할 때 얼굴이 밝아져요” “코가 귀엽고 그녀의 파란 눈이 예뻐요” 다시 자모라가 등장해 “이건 당신의 도움으로 그린 그림이고, 이건 누군가가 당신을 설명한 그림이죠” 하며 자신이 그린 몽타주 그림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군요. 이것은...” “첫 번째 그림은 우울해보이고 뚱뚱해요. 닫혀있는 것 같고” “두 번째 그림은 밝아 보여요. 친근하고 행복해보여요” 그림을 보며 “제 자신의 아름다움에 감사해야겠어요”하며 눈물을 훔치는 여성도 인상적이다. “친구를 사귈 때, 직장을 구할 때, 아이들을 대할 때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데 너무나도 중요하죠” “당신이 생각하는 자화상보다 실제 당신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세요?” “네” “문제점을 알고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하셔야죠” “그리고 자신을 제대로 알려고 더 많이 노력해야죠” 이런 독백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라는 자막이 뜨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에서는 전문가의 스케치 몽타주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있다. 여성들은 FBI에서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는 자모라에게 자신의 모습을 부정적인 내용으로 묘사한다. 그 후 그 여성을 처음 만난 다른 사람이 여성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모라는 두 장의 몽타주 그림을 그리는 구성이다. 결국 자신의 묘사에 따라 그린 그림에 비해 타인의 말대로 그린 그림이 훨씬 아름다웠고 실제 모습에 더 가까웠다. 이 광고는 2013년 4월 14일에 노출된 이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해 유튜브에서 1억70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2013년의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2004년, 광고회사 오길비 앤 매더(뒤셀도르프/런던)는 독일과 영국에서 도브의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전에 20개국의 여성 64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가 스스로를 아름답지 않다고 했고, 오직 2%만이 자신이 아름답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다른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응답한 사람은 80%에 이르렀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주목한 도브는 2004년에 유럽의 주요 거리와 벽면의 옥외광고를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생활용품회사 유니레버(Unilever)는 P&G의 오레이(Olay)에 대응하기 위해 1990년에 도브를 출시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시장에서 맥을 못 췄다. 이 옥외광고는 인쇄광고에 비해 30배 이상의 효과를 나타냈다.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은 헐리웃 스타들의 긴 금발 머리를 동경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머리를 사랑하자는 ‘가발을 던지자(Flip your Wig)’ 편(2005), 각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누가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며 수천만의 캐나다 사람들을 감동시킨 ‘진화(Evolution)’ 편(2006),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아름다운 선택(Choose Beautiful)’ 편(2015)으로 계속되었다.
 
도브 광고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한결같다. 남들이 강요하는 미의 기준을 내려놓고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라는 것. 우리는 모두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 스스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평가절하하지 말자.

경영자들 역시 만들어진 외모로만 면접 대상자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4장 20절에서 “아름다운 것은 어떤 종류건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사람에게서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그 자체로 완성된 아름다운 점을 발견했으면 싶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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