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증세와, 정당한 성공에 대한 억울한 증세를 가려줄 정치세력은?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광림 국회의원은 재정경제부 차관을 할 때, 국회 세미나에서 집권당의 과반수 여부와 재정탄력성간의 관계를 강조한 적이 있다.

집권당이 과반을 넘으면, 확실히 재정이 적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연합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과의 정부에서 철수해 여대야소가 여소야대로 바뀐 후 재정탄력성이 떨어졌다는 숫자도 그는 제시했다.

김 의원이 차관으로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2004년이다. 2년 만에 다시 여대야소가 부활했을 때다. 재정경제부는 강해진 여당의 힘을 발판으로 사모펀드(PEF)법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관련된 많은 법을 통과시켰다. 당시만 해도 600~700에만 맴돌던 주가지수가 이후 1000을 넘고 2000도 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것은 이 때 통과된 투자기반 확충 법들의 공이 크다.

집권당이 의회에서 과반에 못 미칠 때, 의원내각제 국가가 많은 유럽에서는 자동적으로 연립정부 구성 논의가 벌어진다. 이런 논의는 선거과정에서 확인된 민심에 따라 최적의 집권당 조합을 구성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한국은 지난해 옛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상실하면서 여소야대 국회가 시작됐다. 집권당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뀐 지금도 여전히 여소야대다.

명분적 경직성이 강한 한국정치의 특징 때문에 연립정부나 공동정부와 같은 논의는 공공연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추경편성이나 정부조직법 등 사례에서 보면,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할 만큼의 각 당의 의견조정을 거쳐서 의정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안별로, 그때그때의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듯한 면도 있다.

이런 방식의 법안 처리는 사실 여당에 협조하는 야당측면에서는 부담이 따른다. 장화 얻어 신고 들판으로 나가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처럼 국정을 위해 정부에 협조하려는 야당은 자신들만의 지지층에게서 선명성과 관련한 불만을 살 소지가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집권당이 야당의 입장을 살펴서 최대한 배려와 예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여당에게 필요한 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무조건 ‘협조 안하면 국민적 불만을 책임져야 할 것’이란 태도는 모든 야당을 자유한국당과 같은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일부 야당의원들에 입각제의가 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청와대는 이를 곧 부인했다. 이런 소문은 정치의 기본 예의에 무지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거론된 의원들이 모두 소속 정당의 간판급 인사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입각을 제의하려면, 공개적인 ‘연립정부’ 구성 제안이 앞섰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4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모습. 왼쪽부터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상당수 사람들은 지금의 5당 체제를 과도기 형태로 간주한다. 전임 대통령이 상식 밖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파면되는 사태 속에서 기존의 지역-이념 기반 정당들의 재탄생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5당 가운데 가장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정의당을 이념의 한 쪽 끝에 놓으면, 그 반대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5% 정도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을 두고, 이 두 정당의 중간에 국민들의 생각을 최대한으로 반영하는 거대 정당들이 들어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총선은 개헌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약 3년 후에 실시된다.

지금의 정당들에게는 제대로 민심기반을 갖춘 재탄생을 준비할 시간이다. 2020년 총선에서의 정계개편을 준비해야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특징으로 평가되는 현상을 중시해야 한다. ‘지역중심’ 정당의 탈피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근시안적 이해에 급급해, 특정지역 기반 정당 창출에 매달린다면 달라진 유권자들 성향에서는 프랑스의 사회당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5당이 원래 갈라져 나온 곳으로 다시 합치는 정계개편이 이런 최악의 경우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지지기반이 좀 더 세분화된 다당제를 제시해 본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증세와 관련해서다.

지금까지 증세는 ‘광범위한 부유층’의 반대를 초래하는 것이었다. ‘광범위한 부유층’에는 창업재벌, 세습재벌, 자수성가한 벤처기업가, 금융귀재 등 일정 규모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냉정하게 따지면, 경제적으로 실체를 정하기가 모호한 단어가 ‘광범위한 부유층’이다. 저마다 입장에서 이해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자라 해도, 성북동 대저택의 부자와 강남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엘리트들이 처한 입장은 다른 면이 더욱 많다.

이념 논란에 지역색깔을 덧칠해 명줄을 이어온 정당들이라면 무조건 ‘부자들을 핍박하면 좌파’라거나 ‘모든 부자는 독재세력의 부역자’라는 식의 선동으로 일관해 왔다.

2016년 이후의 한국정치는 그런 구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부자증세=좌파’라고 여전히 강변하는 정당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정당은 무분별한 증세를 막는 데는 나름 기여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증세 가운데는 성장을 가져오는 증세도 있음을 중시하는 정당도 있어야 한다. ‘국부와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신흥 기업인들을 지원해야 하고, 국내 기업들이 확실한 생존을 우선 국내에서 확보하도록 내수시장을 다져줄 서민들의 활기도 필요하다.

그런 한편으로, 스스로 노력으로 달성한 성공에 대해 억울한 증세를 하는 것은 단호히 막아주고 대변해주는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광범위한 부유층’을 대변하는 정당 내에서 제대로 들려오지 않던 목소리다.

지금처럼 여당이 과반수에 미달하는 정국이라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들 모두 정부 정책에 상당한 ‘지렛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이렇게 이해 계층의 세분화를 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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