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전문가들 삼성전자 시대 왔다" vs "2~3년 후 인텔이 왕좌 복귀"

▲ 삼성전자의 IoT(사물 인터넷) 냉장고.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메모리 저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올해 애플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을 기준으로 전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25년 동안 군림해온 인텔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 수익성, 반도체 1위 시대가 향후 2~3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될 것인가가 업계에서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유력 경제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기사에서 “가장 단순한 제품 중 하나인 작은 메모리 칩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덕분에 앞으로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스마트폰 경쟁업체 애플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그리고 사물인터넷(IoT)까지 메모리 칩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플래시 메모리 칩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이 주된 수혜자가 되었다는 진단이다. 이에 비해 인텔의 주요 시장인 전통적인 PC 프로세서 시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분야에서의 세대 교체는 인텔이 1992년에 그 당시 리더였던 일본의 NEC를 추월한 이후 25년 만의 사건이다.

실리콘밸리 기반의 애널리스트 괴프 블래버는 FT를 통해 “삼성은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의 중요 부품인 메모리에서 놀랍도록 잘하고 있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IT 분야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의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의 매출이 올해 52% 상승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인텔로부터 1위 자리를 쟁취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세대적인 변곡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메모리 산업의 단순한 사이클에 불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애널리스트 팀 바자린은 “매출이 증가해 삼성전자가 현재 인텔을 넘어 정상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괴프 블래버도 “사물 인터넷이 의미 있는 매출원이 되기 전까지 삼성전자가 인텔을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인텔이 사물 인터넷에 특화된 새로운 형태의 고속 메모리인 3D Xpoint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년에서 3년 내로 인텔이 순수 매출을 기준으로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중국 기업들이 매우 경쟁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된다면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견해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공급자가 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 이후 1500억 달러를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석가인 마이크 호워드도 “중국으로부터의 과도한 투자가 주된 리스크로 남아 있다”며, “과도한 투자와 이에 따라 공급이 지나치게 많이 증가하는 것이 DRAM과 NAND에 가장 큰 위협이며, 그러할 시점과 그렇지 않을 확률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도 있다. 즉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일반적으로 4년의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데, 현재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수요원에 힘입어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메모리 칩 수요의 주된 동력이었던 스마트폰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클라우드 서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새로운 장치들이 수요를 이끌면서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장치들은 PC와는 다르게 분명한 포화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있는 한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노무라는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안정적이지만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이러한 추세는 우리가 경험했던 과거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동성과는 분명하게 다른 DRAM 시장의 새로운 패턴이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이 시장에서 과점 형태로 산업 통합이 나타나면서 가격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더욱 제한적인 투자쪽으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DRAM 제조회사들이 생존이 최우선 순위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익과 잉여현금흐름(FCF)을 즐기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DRAM 제조회사들 중 어느 누구도 현재의 이상적인 시장 구조를 파괴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과거에 했던 것처럼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삼성전자조차도 반독점 문제와 관련된 잠재적인 리스크를 이유로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추가로 높이는 데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또한 메모리 시장의 공급이 급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는 메모리 칩을 더 작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 때문이라고 한다. 저장 공간을 늘리기 위해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NAND로의 전환 초기에 경험했던 생산의 어려움이 올해 NAND 공급부족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상반기에 NAND 가격이 15%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빠른 기술 전환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은 공급이 연간 30~40% 증가했었지만, 공급 증가율이 과거의 연간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도달하면서 전환 사이클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반도체 업계에서 벌이는 1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2~3년 후 인텔에 다시 그 자리를 내줄 것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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