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경쟁력 회복의 중요한 동반자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 지난 27일 기업인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북한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대처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자신의 소신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서 높은 지지도를 이해할 만하다. 다만 이런 모습이 신고리 5-6호기 및 노사정 관계에서도 이어진다면 더 높은 지지도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27~28일 이틀 동안 진행된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도 그랬다. 만남 직전만 해도 친기업 성향이 아닌 것으로 비쳐지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기대 이상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기업별 현안을 충분히 이해한 속에서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체로서 기업인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기업인들 역시 여기에 충분히 잘 부응해 가리라 믿는다.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이 자주 이뤄져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경제와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에도 휴가에서 돌아오는 대로 노동계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등과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정부가 요구하는 어쩌면 '갑'의 입장이어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지만, 노동계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만남은 정부가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을'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마냥 분위기가 좋을 수만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전달되는 속에서 정부에 주어지는 숙제가 많을 테니 어쩌면 칵테일 만남과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경제 주체지만 이번 정권에서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라는 면에서 정부에 하고 싶은 소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하나 이들의 쓴소리를 잘 경청하면서 기업인이나 경영자로서보다는 근로자와 같은 서민 파트너의 한 축으로서 진지하게 애로를 듣고 잘 풀어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만남에 대해 기대가 큰 편이다. 노동계는 이번 정부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는 당사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많은 요구사항을 내놓기보다는 어떻게 노동 현안을 잘 풀어갈 수 있는지 대안을 많이 내놓기를 바란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를 풀어가는 데 노동계도 중요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으로 가는 데는 사용자보다도 이바지하는 바가 더 클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며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국내 경제는 조선 산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서마저 위기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상반기에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 역시 수주물량 감소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업계 근로자는 대표적인 고소득 노동자들로 꼽히면서 '귀족형 노조'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달고 있다. 지금도 통용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한때 울산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고등학교만 나와 현대차에 취직한 생산직 근로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고 있으면 귀족이라는 칭호까지 붙여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런저런 악재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중국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압박을 받아 예기치 않게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이나 일부 신흥국 시장에서도 선진 자동차 기업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올해 들어 우리 자동차 산업이 사드 위기를 신호로 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런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파업이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올해 역시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등에서는 파업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GM대우 역시 적자가 누적되고 한국 공장 철수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노동계와의 만남에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제조업의 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우리 제조업이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뒤처지는 이유가 기술이나 품질 경쟁력 차이도 있겠지만 그들보다 노사 관계가 현저하게 불안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을 하리라 본다.

국내 제조업 중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는 노사 관계가 안정돼 지금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고 최근 세계 경제 회복 속에 수출이 살아나 국내 경제 회복에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에 너무 의존한 회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던 조선 산업이 수주 부족과 노사 분쟁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고 자동차 산업 역시 벌써부터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큰 걱정이다. 이들 산업의 격변기에서 잘 대처하지 못할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염려가 있다.

노동계도 이를 잘 숙지해 이젠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동반성장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런 숙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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