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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을 위해 경험을 축적하자...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17)...호주의 'Hahn 맥주' 광고가 주는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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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05: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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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선택과 집중. 벤치마킹(bench marking), 스타트 업(Start Up), 블루오션(Blue Ocean), 빅 베팅(big betting).

이 말들은 경영자들이 최근에 자주 써온 경영 용어다. 기업 경영에 그만큼 필요했기에 이 말들이 많이 쓰였을 텐데, 성공과 성과를 지나치게 지향하는 용어라는 점이 문제다. 성공보다 실패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많은 세상인데도, 우리는 성공의 신화에만 관심을 가져왔지 실패의 경험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남들이 하지 못한 고유한 경험을 가진 고수의 노하우는 설 자리를 잃었고,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행착오는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만의 경험이 소중하다고 하며 ‘경험 수집가’가 되라고 강조하는 맥주 광고가 특히 눈길을 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호주의 맥주 브랜드인 한(Hahn) 수퍼드라이의 인쇄 광고 ‘경험 수집가’ 편(2015)을 보자.

시리즈 광고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해 자기만의 경험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기구를 타고 심해에 들어가 상어를 만나고, 산 정상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우고, 해고되어 짐을 싸들고 나오며 침울해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다 말고 애인과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또한, 보안경을 쓰고 고속 주행을 준비하고, 고글을 쓰고 행글라이딩을 시도하고, 한겨울에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르거나, 보드를 들고 파도타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광고의 하단에는 맥주병을 배치해 제품과의 상관성을 높였다. “당신은 경험 수집가세요(Are you an experience collector)?”라는 공통의 헤드라인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Hahn) 맥주’의 맛을 경험해보라는 중의적 표현이다.
 
호주 시드니 지역의 캠퍼다운에서 척 한(Chuck Hahn)이라는 사람이 1988년에 창업한 ‘한 양조장’은 2006년에 수퍼드라이 맥주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보통이었다. 2015년에 영화감독 패트릭 휴즈(Patrick Hughes)가 ‘경험 수집가’라는 주제로 케이프타운, 프라하, 베트남 등지에서 광고 영상을 촬영해 TV광고, 인쇄광고, 옥외광고, 디지털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생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광고는 사람들과 한 맥주의 감정적 결속을 강화시키는데도 기여했다. 광고 효과를 측정한 결과,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비해 한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16% 증가했고 브랜드 회상도가 14%나 늘었다. 이 광고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각자가 경험의 수집가인지를 계속해서 묻고 있다.
 
경험의 수집을 강조한 광고 메시지는 최근의 경영 핵심어인 ‘스케일업(Scale Up)’에도 맥이 닿아 있다.

스케일 업이란 오랫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빅 아이디어가 아닌 하찮은 아이디어일지라도 그것을 기록하고 축적하고 키워 언젠가는 사업화하고 제품화한다는 의미다. 『축적의 시간』(2015)에 이어 『축적의 길』(2017)을 출판해 주목을 끈 서울공대 산업공학과의 이정동 교수는 앞으로 창의 혁명이 아닌 스케일업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 역량이 우리나라에 부족하다면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념설계=아이디어×스케일업’이라는 공식을 제시한 그는 아이디어보다 아이디어를 혁신에 이르게 하는 축적의 과정이 더 중요하며, 작은 규모의 다양한 시도로 해답을 찾는 스몰 베팅(small betting)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교과서에 없는 것은 직접 경험하면서 배워야 한다”(한종훈 교수) “기술을 아는 CEO가 없다(신창수 교수)” “고부가가치 경험 지식을 축적하려면 시행착오를 격려하고,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축적 지향의 문화와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라(이정동 교수)” 등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머잖아 외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끊고 깎고 쪼고 갈아내는 힘든 과정을 거친 연후에 큰 그릇이 만들어진다는 “절차탁마(切磋琢磨)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동양 고전의 지혜도 스케일업의 개념을 뒷받침한다.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려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It takes a lot of early mornings and late nights to become an overnight success)”는 서양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경험이란 소중한 자산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물론 우리 모두는 앞으로 경험 수집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차곡차곡 축적할 필요가 있겠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시간을 기다리듯이, 해묵은 장맛이 더 깊은 맛으로 익어가듯이, 참으로 소중한 것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고 가장 나중에 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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