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미국-베트남 이어 인도와도 긴장 고조... 북한과 러시아는?

[초이스경제 장경순 칼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혈맹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중국의 혈맹이란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이 한국의 몇몇 논객들에게 글쓰기 땟거리가 됐다. 논지는 “어쩌다가 중국이 그런 말을 또 하게 했냐”라는 것이 주였다.

중국이 혈맹을 언급하든 안 하든, 중국과 북한이 상호군사방위조약을 갖고 있는 혈맹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관영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지난 4월 이미 “미국이 북한의 38선 이북을 지상군으로 공격하면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 달이 지나 시진핑 주석이 ‘혈맹’을 언급했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외교에서는, 당연한 사실을 굳이 언급할 때 오히려 현실이 빗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사실, 중국과 북한보다도 더 많이 군사동맹을 강조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을 방문하기 전, 이런 발언이 한미 양국에서 부쩍 늘었었다.

당시 블룸버그는 “동맹을 강조하는 발언이 많은 것은 동맹이 의심받고 있는 현실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발언들은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온 후 크게 줄었다. 그의 방문에서 북한 핵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진보성향 정권 집권 후에도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이 최대 성과다. ‘함께 싸운 기억’을 강조한 방미는 정서적인 면에서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국전쟁 휴전이래,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과 같은 주요 협상 당사자에 끼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것 이상의 성과를 바라기도 힘들다.

지금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그럼 시진핑 주석은 왜 새삼 혈맹을 강조했느냐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집권한 후 지금까지 그는 아직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돼 자금성 문루위에 올라갔을 때, 한중관계가 절정에 달한 만큼, 북중 관계는 저점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냉각된 북중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시 주석이 새삼 ‘혈맹’을 강조했을 수는 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서 반대급부로 북한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물리의 법칙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살펴보면 상당히 허점이 많은 논리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북한의 핵실험이다. 그 후 두 차례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사드 배치를 서두르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오로지 미국만을 대화상대로 여기고 있지만, 그 과정에 한국에 대해 분명한 신호도 보내고 있다. “사드를 배치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다”라는 것이다. ‘가소롭다’는 정서도 감지된다.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이 사드를 받아들이게끔 하고 있다. 몇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대화신호를 보냈지만, 그 때마다 미사일 실험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렇게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건 한국뿐만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시진핑 주석이 G20에서 한국에 “사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한 다음날 북한이 첫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이나 미국이 시 주석 입장을 존중할 단 하루의 시간적 여유조차 날려버린 것이다.

중국이 냉정히 판단해본다면, 사드배치의 원인은 한국보다 북한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만 사드 압력을 가하는 건, 그 말고는 다른 대응카드도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교역 90%를 넘게 담당하는 중국이 왜 이토록 북한에는 무력한가.

주된 이유는,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 간의 전통적 3각 관계에 있다. 그 관계가 특히 최근에는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각축을 벌이는 것은 둘 다 자기나라 땅을 넘어서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의 19세기 이래 힘겨루기는 국경을 맞댄 상태로, 때로는 수면 위에서, 때로는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된 냉전시기에도 중국과 소련, 즉 과거의 러시아는 우호보다 갈등의 시기를 더 많이 가졌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북한 모두 국제사회의 경제재제를 받는 처지에서 서로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더 이상 중국보다 뒷전에 있는 러시아가 아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흡사한 무기를 선보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시아 시사전문가인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장은 현재 시진핑 주석을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고단한 처지”라고 분석한다.

방 소장은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공산권 국가로서, 그리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강화를 시도하다가 베트남을 과거의 적인 미국과 유착하게 만들고 있다.

사드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강화해, 현재는 한국 내 친중인사들이 스스로 입을 잠가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인도와의 접경에는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국의 군사력이 증강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역시 과거 카슈미르 지역에서 무력 충돌한 사례가 있다.

한편으로,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마주보는 동북아시아 지역만큼은 중국에 대한 봉쇄가 뚫린 듯 보인다.

중국이 소련과 갈등을 벌이던 시기에도 이 지역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동북지역 인구가 러시아의 시베리아 동쪽의 인구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방세현 소장은 지적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의 노동력을 적극 받아들여 동쪽의 무인지대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중국이 절대로 안이하게 볼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간의 보이지 않는 각축 속에서 최대 이득을 취하는 것은 전통적인 국가책략이다. 냉전시대에도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 역학을 활용해 제3세계 외교를 주도하는 데도 활용했다.

시진핑 주석은 어찌 보면 이미 중국에 대한 보이지 않는 봉쇄의 끈 안에 놓인 처지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그가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사드에 대한 공개적 비난’ 뿐이다.

인민복이나 양복이 아닌, 군복을 입은 시진핑 주석은 30일 열병식에서 “세계는 현재 안전하지 않다”며 “강한 군대가 예전보다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발언한 곳은 네이멍구 주르허다. 그의 해군이 가끔씩 미군 함정들과 대치하는 남중국해와는 중국 내에서 지리적으로 정반대에 해당하는 곳이다. 한자로 내몽고(內蒙古)로 표기하는 이 곳은 미국이 아니라 몽골과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그는 7개의 군구로 구성된 중국군을 5개 전구로 개편하면서 30만 명의 병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군의 현대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고위 장성들의 감축은 불가피하다.

시진핑 주석과 정치적 색깔이 다른 장군들이 주로 옷을 벗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중국 내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여러 개의 전선(戰線)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귀하게 자란 태자당(太子黨)’의 무모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혹시나 믿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시나 미국 정치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재제 해제는 요원해졌다. 러시아 스스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무관한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주요국 지도자들의 이런 처지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활용하는 국가는 북한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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