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회원국 재정 지출 눈덩이 증가...증산으로만 감당할 수 있어"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한때는 강력했던 원유 카르텔인 OPEC(석유수출기구)이 국제 유가 및 생산량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기사에서 “OPEC이 원유 가격을 밀어올리기 위해 감산에 합의한지 8개월이 지난 현재, 심각한 재정 부족 문제로 회원국들이 감산 약속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OPEC의 14개 회원국과 10개의 동맹국들이 전 세계 하루 원유 수요의 약 2%에 해당하는 공급을 중단시키기로 합의를 맺은 지 8개월이 지난 현재, 감산에 합의한 11개 OPEC 회원국들 가운데 7개국은 그들이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연초 이후 7% 수준 하락해 배럴당 5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이는 OPEC이 3년 전 언급한 가격 수준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OPEC 국가들의 낮은 원유 생산비용은 회원국들이 유가 수준이 낮을 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회원국들은 국민들을 계속해서 만족시켜 주고 군사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상향 조정했는데, 원유로부터 발생하는 재정수입 감소에 대응할 만한 완충재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들의 제한된 재정 능력은 높은 원유 가격을 통해서만이 만회될 수 있는데, 유가가 낮다면 이들은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이같이 생산량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은 잠재적으로 OPEC의 영향력에 존재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략 2008년부터 OPEC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약 두 배 증가시킨 미국 셰일 원유 생산업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의 셰일 생산량은 OPEC 회원국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왔고 원유 가격을 낮췄다.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OPEC의 비중은 지난 1970년대 55%에서 현재는 40%로 줄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OPEC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은 그들이 대다수 미국 셰일 생산자들보다 배럴당 10~20달러 더 높은 유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가 재정지출의 대부분을 원유 수입으로 충당한 OPEC 회원국들은 배럴당 10~40달러대의 유가 수준에서도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었던 아랍의 봄 사태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흥분한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내 지출 및 안보·군사 분야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는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이어갔을 당시에는 이것이 가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원유 1배럴 생산에 12달러의 생산비가 필요하지만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배럴당 67달러에 판매해야 한다. UAE의 예산은 지난 15년 동안 네 배 증가해 11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회복지 지출은 UAE의 주택 가격, 수도세, 값싼 전기세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 UAE는 또한 군사비 지출도 엄청 늘려서 연간 방위비로 230억 달러를 쓴다. 이는 갈등이 빈번한 이스라엘과 이라크보다도 큰 방위비 지출인데, UAE는 시리아와 예맨의 내전을 돕고 있다. UAE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많은 원유를 생산해야 했고, OPEC 내 원유 감축을 요하는 주요 국가다.

OPEC은 지난해 11월 30일 하루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1년여에 걸친 협상의 결과물로서 원유시장의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OPEC 회원국들의 수출은 지난해 10월 대비 하루 12만 배럴 줄어드는 데 그쳤다.

OPEC 회원국인 알제리의 에너지 장관은 “OPEC은 일부 회원국들이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그들이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데 여러 난관에 부딪혀 있다”고 말했다.

OPEC의 생산량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원유 관련 수익은 2014년 중반 유가가 고점을 찍은 이후 60%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우디 정부의 지출은 18%밖에 축소되지 않았다.

지출을 줄이는 대신, 사우디는 외환보유고에서 2460억 달러를 인출해 사용했고 17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사우디는 방위 및 인프라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2019년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30억 달러 규모의 리야드 메트로 시스템이 포함된다. 방위 및 안보 지출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50% 증가했고, 방위비 지출은 지난해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개입으로 500억 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사우디는 국영 원유 기업인 아람코를 증권시장에 상장해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람코의 상장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고 사우디는 이 자금을 국부펀드에 투입해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는 유가 수준이 배럴당 60달러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우디와 다른 OPEC 관료들은 한때 미국 셰일 생산자들은 유가 수준이 배럴당 80달러, 또는 그 이상이 되어야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원유 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최근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시장이 또 다른 하락세에 진입하지 않으면서 내년 초에 생산 감축을 중단할 방법에 대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산유국들은 2020년까지 주요한 새로운 원유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서 이것이 쉽지는 않다는 진단이다. UAE의 경우 인공섬인 어퍼 자쿰(Upper Zakum) 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하루 110만 배럴 규모의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도 하루 15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는 쿠라이스(Khurais)와 샤이바(Shaybah) 필드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원유 가격을 밀어 올리기 위해 기념비적인 감산 합의를 맺은 지 8개월이 지난 현재, 산유국들이 심각한 재정 부족 문제과 함께 증산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게 OPEC 무능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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