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급 증가 둔화 속에 글로벌 수요는 꾸준하게 늘어"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국제 유가가 최근 배럴당 40~50달러 선에서 오르내림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수출기구(OPEC)가 가격통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향후 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OPEC은 회원국들로 하여금 감산 합의를 잘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재정난에 처한 산유국들은 약속을 위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는 석유 공급이 크게 늘지 않는 대신 수요는 크게 늘 것으로 관측돼 내년에는 국제 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해 관심을 모은다.

HSBC는 3일 내놓은 자료에서 "현재 석유의 과잉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현재의 유가수준에서 미국 원유생산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HSBC는 “저유가의 압박 속에서 미국의 원유생산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며 “원유 시추기 수가 지난 4주 동안 총 6개(0.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기존 시추기들의 생산성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가가 앞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원유 시추기 수의 추가 성장은 매우 제한적인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석유 재고는 글로벌 수요의 계절적인 증가에 힘입어 꾸준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4주 동안 미국의 원유 재고는 평균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의 속도로 감소했다. 현재 5년 평균을 상회하는 원유 재고 수준은 1억3700만 배럴로 지난 2월에 기록한 최대치인 2억3200만 배럴에서 1억 배럴 가까이 감소했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노후유전 감소와 주요 원유 생산 프로젝트 부족은 2018~2021년 비OPEC 국가들의 석유 공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HSBC는 "국제 원유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산 셰일오일이 꾸준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현재의 유가수준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성장을 기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하반기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55 달러 내외로 오르고 내년에는 60 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과 7월에 OPEC 회원국의 생산 증가와 미국산 원유 생산량 전망 상향에 따라 배럴당 50 달러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가는 다시 배럴당 50 달러를 회복하고 있다.

HSBC는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예측한 일간 생산량 증가치보다 올해와 내년에 20만 배럴 정도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석유 수요는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의 발전으로 원유 수요에 대한 장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긴 하지만, 단기 전망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원유 수요 증가율은 일간 140만 배럴(1.5%)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연간 장기 평균인 1.2% 정도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원유 수요 증가율은 2016년에 1% 선에서 올해는 0.5% 정도로 둔화되고 있는 반면 비OECD 국가들의 원유 수요는 2.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8년에도 IEA는 글로벌 수요 증가율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며 OECD 국가들의 원유 수요 증가율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되겠지만 비OECD 국가는 2.8%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HSBC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OPEC의 감산 약속이 지켜진다면 글로벌 원유 수요의 완만한 증가에 맞춰 국제 유가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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