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18)...에비앙의 '금붕어' 광고가 주는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일자리 창출 문제가 얼마나 중요했으면 정부에서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들었을까?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라고들 하지만,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 1년 이내에 신입사원이 이탈하는 비율이 28.6%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이나 당사자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기업의 구조나 문화가 그들에게 ‘이렇게 살면 뭐하나’하는 자조적 허무감을 심어주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자들이 신입사원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주었다면 중도 탈락률이 좀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누가 보더라도 지금은 피라미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대어가 될 수도 있는 그들에게, 오로지 피라미로 살아갈 환경을 제시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꿈이 있는 직장이라면 겨우 1년도 안 돼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에비앙 광고에서는 금붕어를 통해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더 좋은 물을 찾아 도약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에비앙(Evian) 생수의 신문광고 ‘금붕어’ 편(1999)을 보면 여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어항에 에비앙 생수를 붓고 있다. 수돗물의 소독약 성분이 물고기를 죽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보통의 수돗물을 어항에 그냥 넣기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에비앙 생수를 어항에 진지하게 붓는 모습을 금붕어가 멀뚱멀뚱 쳐다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카피는 “오리지널(L’original)”이라는 한 마디 뿐이다. 물고기에 좋다는 에비앙을 표현했지만, 사람에게는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느냐는 메시지다. 비주얼과 카피가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어지는 ‘인어’ 편에서는 바다에 사는 인어가 바닷물을 먹지 않고 에비앙 생수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순수와 건강’이라는 애비앙의 특성을 드러내기에 손색이 없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이상의 광고에 앞서 ‘금붕어의 도약’ 편(1995)이 먼저 나왔다. 나중의 광고들은 앞서의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켰다. 유리컵에 가득한 에비앙 물을 마시려고 어항에서 도약하는 금붕어를 보라! 금붕어가 어항에서 물살을 가르고 힘껏 뛰어 오르는 장면이 일품이다. 금방이라도 옆에 놓인 에비앙 컵으로 떨어질 듯하다. 상품의 특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상품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 브랜드의 교감을 저절로 유도하고 있다. “타협하지 말라(No compromise)”는 헤드라인은 주어진 환경에 타협해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겉으로는 그렇지만 함부로 타협해 아무 물이나 마시지 말라는 속뜻이 숨어있다. 금붕어가 생수를 찾아 뛰어오른다는 아이디어가 놀라울 뿐이다. 이를 두고 과장광고나 허위광고라고 하면 안 된다. 상품의 특성이 잘 표현된 진실(well-told truth)일 뿐이다.

에비앙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프랑스 오트사부아주의 북부 도시로 스위스 국경에 인접한 에비앙(Évian)에서 따왔다. 에비앙의 역사는 17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비앙에서 요양하던 귀족이 지하수를 먹고 병을 고쳤는데, 그로 인해 지하수에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단순한 물이 아닌 약수(藥水)로 알려진 셈이다. 이 물은 1878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 허가를 받아 ‘카샤의 물(Source Cachat)’이라는 이름으로 시판되었다. 지금은 프랑스의 다국적 식품 기업인 다논그룹의 생수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는 1994년에 상아제약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제약사가 부도난 다음 2004년부터 롯데칠성음료에서 판매하고 있다.

에비앙을 마시려고 어항에서 도약하는 금붕어, 어항에 에비앙을 정성스럽게 쏟는 여성, 물속에서 에비앙을 마시는 인어 같은 일련의 광고를 통해, 에비앙은 ‘순수와 건강’이라는 제품 이미지를 확고히 정립했다. 광고가 집행된 다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광고를 하기 전에 비해 23%가 신장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이 11%나 올라갔다. 에비앙 생수의 미네랄 성분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한 눈에 알 수 있는 간명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1등 브랜드에 알맞게 브랜드 자산을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타협하지 말라”는 헤드라인 역시 아무 물이나 마시지 말라는 브랜드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광고들은 경영의 맥락에서 ‘코이의 법칙(Koi’s law)’을 생각나게 한다. 코이(koi)라는 잉어는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15-25cm까지 자라며, 강물에 방류해 바다로 보내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환경에 따라서 피라미로 살기도 하고 대어가 되기도 하는 신기한 물고기다. 노는 물에 따라 물고기의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매번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는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지에 따라, 인생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코이의 법칙이다.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관계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코이 같은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저마다의 능력과 꿈이 다르고 인생의 지향점에 차이가 있을 터. 그런데도 윗사람의 시각에서 그들을 어항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들이 큰 물고기가 될 수 있도록, 윗사람의 정해진 틀에 가두지 말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코이들만 변하라 하지 밀고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것이 어른이다. 언젠가 대어가 될 코이들 역시 어항 속 피라미에 안주하지 말고, 에비앙 생수를 향해 뛰쳐나가는 금붕어처럼 도약해야 한다.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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