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국 국민들에게 설명할 방법을 찾기 전에는...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설득이란, 상대가 미처 자신에게 유리한 이해관계를 몰랐을 때 이걸 알려줌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상대가 모든 이해관계를 파악했지만, 명분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면, 설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미 알 것을 다 알면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상대에게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알려주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지금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렇다. 한국은 중국에게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절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사드 배치는 양국관계에 찬물”이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0년대 주한미군의 전술핵도 배치된 적이 있다. 이후 국제정세가 변하면서 전술핵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극단적인 반발 없이도 미군 스스로 회수해갔다. 사드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한국 땅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역사에 대해서는 한 정권이 오래 지속되는 공산권 국가들의 싱크탱크들이 더욱 철저히 숙지하고 있다. 어설프게 한국이 설득해본들, 정치지식에 관한한 중국 사람들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태도는 이전 정권에 비해 더욱 강경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충분히 알 만한 사람들이 막무가내인 것은 역시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전투모에 전투복까지 입고 열병식을 열었던 네이멍구 주르허 군사기지가 사드 레이더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게 진짜 이유라면, 중국은 조속히 사드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도록 북한을 적극 설득하는 것이 오히려 빠른 해결책일 텐데 그럴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중국이 저토록 강경한 이유가 혹시 사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정치 때문은 아닌지 추측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외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내 정치의 연장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을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여기에도 위대한 나라와 한심한 나라의 차이는 있다. 국내 정치 목적을 위한 외교활동을 하더라도 정부의 인기를 높이는 정도지, 상대정파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전혀 ‘매칭’이 안 되는 다른 반대급부를 교환하는 외교가 한심한 나라에 해당한다.

박근혜 전 정권은 집권한 초기, 이명박 정권에서의 광우병 파동을 상당히 냉정하게 진단했었다. 외교와 통상을 구분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참사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당시의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아무튼 현재의 중국 정부가 사드를 대하는 태도는 중국 내부의 정치 때문일 가능성도 상당히 농후하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 ‘일대일로’와 같은 구호를 통해 ‘위대한 중국의 재건’을 강조한다. 상당히 애국심을 강조하는 성격의 정권이다.

한국에서 박근혜 전 정권의 사례에서도 나타나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정권들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취약한 부분들이 많다.

정권 차원의 애국심 강조는, 사실 국내의 다른 정파에 대한 억압적 요소를 안고 있다. 이것이 갈등을 일으켜 국내정치는 상당히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중국 정치에서 시진핑 주석은 혁명 1세대 자녀들의 그룹인 ‘태자당’ 인물로 분류된다. 전임 주석들인 장쩌민-후진타오 라인의 ‘상하이방’과의 정치적 대결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금성 문루위로 초대돼 주목받았던 2015년 열병식을 앞두고는 장쩌민 전 주석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구속됐다는 풍문까지 돌았었다. 소문과 달리 장 주석은 열병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이 등장한 이후의 ‘부패 해소’도 정치 갈등의 연장선에서 해석되고 있다. 부패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상하이방 소속이다.

부패해소에서 중국군 30만 감축에 이르기까지 중국내 반대정파는 모든 것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느낀다. 그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주가가 2015년 급락했을 때 금융당국이 부정적 기사를 쓴 기자를 처벌하면서까지 강력히 단속에 나선 것은, 시장 혼란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한국의 사드배치는 주가 급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집권층에게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위대한 중국을 만든다더니 코앞에 미국 미사일을 방치하고 있다”는 반대파들의 공격을 의식안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이 아무리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해봐야 헛수고일 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도 안하고 가만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드가 100% 정확한 대응이든 아니든 외교에서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가 하나의 카드를 내밀었는데 이쪽에서 뭐라도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면 그 정부는 국민들의 신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근거리에 사드를 배치했는데, 거두절미하고 중국도 뭐라도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가 신망을 유지하지 못한다. 강력한 반대파와 대치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더욱 여유가 없다.

설득이 전혀 기능을 할 수 없는 이런 경우는, ‘명분’을 주는 것이 그나마 대안이 될 수는 있다.

중국 정부를 설득하려 들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자기들의 국민에게 ‘면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외교전문가들이 연구를 해서 빨리 답을 찾아야 할 것이 이 부분이다.

만약 이 답을 빨리 찾지 못한다면 시간이 저절로 답을 제시하기는 할 것이다.

계속되는 중국의 경제보복 속에 한국 경제가 심각하게 피폐해 졌다면, 그런 사실이 중국 당국자들로 하여금 중국 국민들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상당히 적중했다는 사실을 통해 중국국민들의 사드에 대한 불만정서를 희석시킨다는 건 전형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다.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더욱 요란하게 확대재생산 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는 일말의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지난번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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