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예산심사 다가오는데 거대 양당 공방만 지속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오른쪽).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바른정당의 요즘 모습을 바깥에서 살펴보면, 참으로 답답한 가운데 약이 오르는 심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면서 탄생한 정당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경제전문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인 곳이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경제 민주화’를 추진한 의원들 대부분이 바른정당 소속이다. 세계적인 명문대에서 공부하고 교편을 잡았거나 고위 관료, 또는 국책 연구기관에서 활동한 경력도 갖추고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또한 상당수는 그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원조달은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추경, 건강보험 재정, 증세를 실시할 경우 늘어난 재원의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적으로 안목을 갖춘 사람들이 살펴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아직 여당의원이었으면서도 정부에 ‘제2 IMF’를 경고했던 사람들은 유승민 이혜훈 이종구 의원 등 지금의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다.

‘정식 야당’ 의원이 된 지금은 ‘문재인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전혀 녹슬지 않은 견제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국회의 적절한 견제는 정권의 정책 수행에도 결과적으로는 보약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솜씨’가 몇 달 만에 시들해 진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정당의 ‘어젠다’ 공방에서 덩치가 작은 바른정당이 특유의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세제와 같은 경제 이슈가 다뤄져도, 이혜훈 대표의 “거래세보다 보유세”와 같은 현실적 지적은 자유한국당의 “왜 부유층만 증세하냐”는 정치적 구호에 가리기 일쑤다.

자유한국당은 ‘건국절’ 논란을 중심으로 예전 새누리당 시절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너무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싶으면 전 정권의 패착을 쇄신한다는 내부 혁신 카드를 던지곤 한다. 민주당 또한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를 회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맞받아치는 것이 정국 운영에 나쁠 것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이 와중에 ‘제3의 길’을 제시해야 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끼어들 틈이 여간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당이야 당 내부 상황을 먼저 정리할 시점이지만, 별다른 내우가 없는 바른정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받았던 탄력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건국 100주년을 언급한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바른정당의 논평은 이것저것 따진 흔적이 역력하다.

바른정당은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명시돼 있고,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만들기 역사 역시 매우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1919년 건국’과 ‘1948년 건국’이 ‘좌파’와 ‘우파’의 전유물이 되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인양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는 양비양시적 입장을 밝혔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 우리는 한 발 빼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치현안에서 두고두고 ‘바른정당 패싱’을 초래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건국절 논란이 정치권에 남아있는 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계속 지는 카드 한 장을 남겨 놓을 수밖에 없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헌법 개념’이 도전받은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이 논란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전후해 등장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전두환의 ‘제5공화국’ 헌법 전문에도 포함된 ‘1919년 건국’을 21세기 들어와 새삼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앞선 ‘교학사 교과서’와 ‘국정 교과서’ 파동이 중요한 참고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바른정당 인사들 가운데 똑똑한 사람은 많아도 과감하게 치고나갈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석수에서 확실히 저평가된 정당임이 분명한 이상, 어떻든 판을 흔들어야 되는데 흔들기보다는 진정시키는데 능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건국 100주년’에 대한 논평 역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에서는 뚝뚝 꺾이는 선들을 ‘미분가능’하도록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꾸는 ‘연착륙’이 중시된다. 어제까지 백범 선생에 대해 불경한 사람들과 같은 지붕 아래 있다가 오늘 갑자기 백범일지를 열독하고 효창공원을 참배하기는 멋쩍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남 예산 충의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장제스 중국 총통으로부터 “백만의 중국군대가 못한 일을 조선의 젊은이 한 사람이 해냈다”는 경의를 이끌어냈다. 장제스 총통의 후원은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이 결정되는 큰 힘이 됐다. 이렇게만 해도 철지난 논쟁에 대해 많은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올해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역시 ‘건국절’ 논란으로 지새운다면, 가장 울고 싶은 정당은 어디일까. 국가 예산이 날카로운 국회 감시를 받지 못한다면, 최대 피해를 보는 사람이 국민들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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