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 안정에 총력 중...재벌들도 땅투기 말고 본업에 충실해야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려 한다. 당시 정부는 기업들의 부동산 사재기 때문에 혀를 내둘렀다.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는 제쳐둔 채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자 정부로서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시기였다. 기업들의 본업인 제조업 경쟁력은 뒷걸음질 쳤다. 전국의 땅값은 여기저기서 치솟았다.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로 떼돈을 벌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수출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 즉 1997년 외환위기가 예고되고 있었다.

이에 당시 김영삼 정부는 특단의 칼을 뽑아든다. 당시 재무부(기획재정부의 전신)는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소위 ‘토지초과이득세’, 즉 ‘토초세’라는 강도 높은 카드로 기업들을 압박하다 결국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 토초세를 폐지해야 하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끝내 김영삼 정부는 극단의 처방을 뽑아들었다. ‘부동산 실명제’가 그것이다.

기자가 새삼 20년도 더 지난 일을 상기시키려 하는 것은 지금의 한국 기업들의 부동산 사랑은 과거의 그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3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한 경제부처 장관급을 지낸 한 분이 기자에게 “지금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가보라”고 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서울 강남의 요지인 압구정, 청담동 일대 땅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고 있으니 취재 좀 해 보라는 게 그 분의 제보 내용이었다. 그 분의 지적인 즉, 언젠가는 서울 압구정, 청담동 일대가 특정재벌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 뿐 아니다.

최근 기자는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서울 장충동 일대 부동산 시장을 들렀다. 문재인 정부 8.2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우리나라 부촌 중 하나인 “장충동 일대의 일부 요지도 거대 기업들의 손에 속속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장충동의 명물인 족발집 땅들 마저 일부는 특정 재벌로 보이는 세력의 매수세에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높은 값에 넘겨졌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혹자들은 강조한다. 일부 돈 많은 투기꾼이 서울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여 집값이 치솟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들 아파트나 집 투기꾼들에게 고강도의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재벌들의 부동산 사재기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그들이 서울 부동산값을 들쑤셔 놓고 있는데도 말이다.

재벌들이 서울 어느 한 곳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시하면 그 일대 땅값, 아파트값 부터 들썩인다. 어느 곳은 지하도시를 건설한다 해서 부동산 값이 뛰고 어느 곳은 특정 재벌 소유의 땅이 크게 개발된다고 해서 그 일대 집값이 치솟기도 한다.

지금 중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호령하기 위해 다른 나라 우수 기업을 사냥(M&A)하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엔 중국 기업이 피아트크라이슬러 M&A에 눈독을 들인다는 말이 나돌면서 유럽증시에서 관련주의 주가가 요동친 적도 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국제적인 굴지의 기업을 M&A(인수합병)하는 대신 국내 부동산 M&A에 더 치중하는 곳도 있다. 그 결과 주요 도시의 좁은 땅값은 뛰고 이것이 집값, 아파트값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부 부자들의 아파트 투기 열풍과 맞물려 서민의 주택 마련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도 부동산 사랑을 좀 거둬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정부도 개인 투기꾼만 잡지 말고 기업의 부동산 사재기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 기업이 부동산 투자 말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때 나라 경제도 튼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많은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한국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가 닥쳤음을 우리는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너무 커지면 망국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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