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로이터와 쌍벽을 이루던 국제정보서비스로 텔러레이트가 있었다. 텔러레이트는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가 2005년 마침내 로이터에 흡수되면서 사라졌지만 텔러레이트 3750 페이지는 지금도 남아있다.

이 페이지는 바로 런던은행간금리, 즉 리보(LIBOR)가 고시되는 페이지다.

리보는 국제 단기자금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이 금리를 기준으로 약간의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대부분 자금거래 계약이 체결된다.

한국의 은행이 외국은행과 자금거래를 할 때도 계약서에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텔러레이트 3750 페이지에 고시되는 리보금리에 가산금리 얼마를 더한다”는 식으로 명시됐다.

리보는 영국은행협회가 산정한 민간의 금리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누려왔다. 영국은행협회는 매일 일정한 시간, 세계적 대형은행들로부터 16개의 금리를 제공받아 이 가운데 가장 높은 4개와 가장 낮은 4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금리의 평균으로 리보를 산정했다.

리보를 기준으로 거래하는 자금의 잔액 규모는 올해 6월말 현재 350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투자은행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절대 권위를 누려온 리보는 현재 영국 금융당국에 의해 퇴출될 운명에 놓여 있다.

금융연구원의 이광상 연구원은 금융브리프 27일자 국제금융 이슈를 통해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청장이 2021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리보를 폐지할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리보금리가 문제가 된 것은, 객관성 결여와 함께 조작 사례가 드러난데 있다. 영국은행협회에 리보의 근거가 되는 금리를 보고하는 대형은행들은 은행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추정해서 보고해 실제 거래 금리와 차이가 있었다고 이광상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 리보에 대한 감독체계가 없기 때문에 각 은행의 담당자들이 각자의 거래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한 보고를 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08년에는 리보 조작 혐의가 제기돼 영국정부가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10여개 대형은행이 리보조작과 관련해 10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 받았고 관련 임직원들은 퇴사 조치됐다.

그 후 영국은행협회가 해체됐고 리보금리 집계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로 넘어갔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현재의 리보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형은행들의 금리 추정에 의한 기존의 리보는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이광상 연구원은 전했다.

리보의 대안이 될 금리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는 충분한 유동성과 함께 실제 거래에 기초해 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RP금리와 영란은행(BoE)이 주도하는 은행간 무담보차입금리인 SOIA(Sterling Overnight Index Average), 유로의 은행간 초단기 대출금리인 EONIA(Euro’s Overnight Index Average)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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