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서 문화재단 늘고 있지만...정치적 목적 아닌 지역주민 위한 재단 돼야

▲ 김용기 위원

[초이스 경제 김용기 칼럼] 1991년 지방자치 실행 이후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공간 건립과 그에 파생된 문화재단 등이다. 지금도 꾸준히 문화재단이 전국 여러 자치단체에서 생겨나고 있다.

국민들이 문화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기본시설을 지방자치 단체들이 앞장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깊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만약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국민의 문화 수요대비 문화공간은 더욱 부족했을 테니 말이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또 문화재단의 경영자로서, 새로운 재단이 생기면 축하를 해줘야 마땅한데, 솔직한 내 심정은 축하보다 걱정이 앞선다. 문화재단 사장으로 2년을 재직하면서 나 자신도 때로는 '과연 우리나라가 문화 사업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회의를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말 그대로 순수한 문화 사업만 하는 곳으로 바라봐야 한다. 거기에 맞는 일만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재단 설립을 앞장서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본래 정치를 하는 곳이다. 문화 활동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에 따른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자치단체의 의회도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당과 야당이 있다. 나처럼 문화재단에 속해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견제가 때로는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역 의회의 정치가 이토록 심하게 견제를 하는 빌미를 제공한 또 다른 행태가 있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이 글은 지역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논하는 글이 아니다. 다만, 정치논리에 의해 문화 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받는 현실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문화재단에 속한 사람으로서 지나친 견제에 따른 고충을 지적하고 나중의 글에서 또 한편으로 지역 정치가 문화재단에 과도하게 예민해진 이유도 다뤄보고자 한다.

지역 의회에서 특히 일부 정치인은 문화재단에서조차 정치적 이슈를 삼을 만한 것이 없나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문화재단을 운영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또는 업무 미숙 등으로 행정처리에 실수를 범하는 것을 간혹 보게 된다. 이것은 일반 관공서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알고 있다. 행정 미스는 고치면 된다. 그런데 이것들이 의회를 거치면 전부 정치 문제가 된다. 이런 일이 한번 두번 거듭되다 보니 재단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들 움츠러들게 된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융성하게 하겠다는 고유의 목적을 소신껏 펴 나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은 특정지역 문화재단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의 자치단체 소속의 상당수 문화재단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어떤 문화재단은 이런저런 인사 청탁을 받는다고 한다. 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애를 먹이는 문제다. 이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잉태하게 된다.

문화재단의 예산권과 감사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예산에 대한 견제는 혈세의 낭비를 막는 점에서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자치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역 의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재단이 예산 등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어떤 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산권을 쥔 의회와 사이가 나빠져서 예산 협조를 못 받았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문화재단이 양질의 공연 등 문화행사를 하려면 이를 뒷받침해 줄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좋은 공연을 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진정한 문화 진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이 문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색내기 용의 공연이라면 이 또한 혈세 낭비에 불과하다.

무엇이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가를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고 애써서 공연을 성사시켰는데 난데없는 정치논리로 예산이 삭감되고, 없어지면 문화재단은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예산이 줄어든 만큼 사업비용을 축소하면 되는 그런 단순한 경우가 아닐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느 우리나라의 유명한 문화예술 경영자가  모 재단 창립 축사에서 한 말이 기억난다.

“문화는 정치와는 분리 되어야 하며 되도록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고 그리고 절대 간섭을 말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가치있는 창조적인 문화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 말이 유독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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