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이지만 제대로 시행해서 투명한 사회로 가는 초석 만들어야

▲ 지난달 30일에 만난 김동연 장관(왼쪽)과 자승 스님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종교인(성직자)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 제도를 시행할 예정으로 있는 가운데 여기에 대한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과연 제도가 예정대로, 의도한 취지대로 시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교계나 천주교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비롯한 개신교 일부 종파가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법으로 제정해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의견 등을 반영해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5명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 하반기까지 국세청 훈령 개정 등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현행 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며 한 발 물러선 자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탈세 제보가 있더라도 국세청 훈령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국민 80% 가까이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는 것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 지난달 31일에 만난 김동연 장관(왼쪽)과 김희중 대주교 /사진=뉴시스

이런 와중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종교계를 찾아 이해를 구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불교계를 찾은 데 이어 31일에는 천주교를 방문했다. 향후 개신교, 원불교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신교를 방문해서 어떤 입장을 전해 들을지 궁금한 상태다. 필자는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뤄서도 안되지만 당초 법안 취지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무조사가 없는 과세를 실시한다든지, 법령을 크게 완화해 차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국민 대다수는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실 종교인 세금 납부는 세법이 탄생할 때부터 예외가 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예외가 되었을까.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정부 수립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빈약한 정치 기반을 만회하고 종교인 지지를 얻기 위해 특혜를 제공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후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이고, 여러 정권에서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지만 종교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차일피일 미뤄져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5년 9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을 보면 안무혁 국세청장은 "교회 목사에 대해 소득세를 받지 않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분간은 목사의 소득세 자진 납부 풍토가 확산되기를 기다릴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던 것이 2012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및 세수 확보의 일환으로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고,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게 됐다.

사실 종교인 과세는 정부 입장으로서도 별 실익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투명한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역이 없는 과세를 통해 어느 집단이든 자금 흐름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부패의 온상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실익이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특정 종교집단이 사회와 교류를 차단한 채 하나의 섬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세금 납부를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와 소통하는 집단으로 성숙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만시지탄이지만 종교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어려운 환경에서 적은 소득으로 일하는 많은 종교인들에게는 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해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은 종교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교세를 넓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개신교를 비롯한 원로 종교인들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과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투명한 세금 납부를 통해서 불편한 시각으로 특정 종교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염려를 깨끗하게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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