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22)...페덱스 광고의 교훈, "생각은 많아도 전달은 간명하게"

▲ 김병희 교수

[외부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경영자들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걸. 경영 환경이 복잡하니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그 많은 생각을 자신의 머릿속에만 두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을 직원들이나 소비자에게 내비치면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과 소비자들은 복잡함에 지쳐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현명한 경영자라면 난마처럼 얽힌 환경이나 복잡한 생각과 싸워 간명한 방향 한 가지를 제시해야 한다. 심플하게!

기업의 경영자가 선택과 결정을 회피하면서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정치적 수사 같은 표현을 자주 하면, 상황은 계속 꼬이고 문제가 더욱 복잡해져 버린다. 어디 기업 경영에만 해당되겠는가.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 택배 서비스로 잘 알려진 페덱스(FedEx) 광고는 ‘간명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페덱스 광고 '이웃: 런던-스페인'편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 페덱스 광고 '이웃: 미국-브라질'편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 페덱스 광고 '이웃: 중국-호주'편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페덱스의 신문광고 ‘이웃’ 편(2010)의 시리즈를 보자.

브라질에 있는 광고회사 DDB의 상파울로 지사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글로벌 배송에 있어서의 ‘빠른 속도’를 강조했다. 헤드라인이나 카피가 한 줄도 없다. 오직 그림으로 한 눈에 알기 쉽게 표현했다. 질감이 느껴지는 벽에 각각 유럽 지도, 아메리카 지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도를 그렸다. 위아래 집에서 창문을 열자 런던과 스페인, 미국과 브라질, 중국과 호주가 바로 이웃처럼 가깝다. 위층 사람이 아래층 사람에게 물건을 넘겨주듯 국제 택배를 빠른 속도로 전달한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 그림 하나가 천 마디 말보다 가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페덱스는 프레드릭 스미스가 1973년에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창립한 유통 및 물류 브랜드다. 전 세계 220여개 나라에 우편, 소포, 화물,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을 특급 배송한다. 페덱스의 브랜드 로고의 마지막에 이(E)와 엑스(x) 사이의 빈 공간에 빠른 배송을 강조하려고 화살표 표시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2000년 9월부터 직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런던과 스페인, 미국과 브라질, 중국과 호주도 이웃집에 물건 전달하듯 빨리 배송한다는 서비스의 특성을 이보다 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정도의 글로벌 브랜드라면 국제 특송 서비스의 특성을 얼마든지 구구절절하고 자세히 설명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광고 창작자들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숙지한 다음, 복잡한 생각과 싸워 국제 특송의 특징을 이웃집에 물건 넘겨주는 상황에 비유해 쉬운 메시지로 구체화했다. 단순성(simplicity)의 진수를 보여준 셈. 광고 창의성을 인정받아 이 광고는 2010년의 칸 창의성 축제(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이 광고는 페덱스의 브랜드 상기율을 27%나 높였고, 배송 물량을 14% 높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 원리를 분석한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2014)에서는 앞으로 비즈니스의 성패가 복잡함을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애플에서 17년 동안 일하며 잡스와 함께 광고 마케팅 전략을 이끌었던 켄 시걸(Ken Segall)이 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어떤 것을 단순화하는 데 있어서 ‘거의’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혁신을 멈추지 않고 노력해 조금이라도 더 단순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애플의 업무 구조와 과정을 단순화시킨 잡스의 경영 원칙을 ‘심플 스틱(simple stick)’이라고 요약하고, 애플이 주도했던 모든 혁신은 단순함을 향한 사활을 건 헌신적인 노력에서 탄생했다고 진단했다. 잡스에게 꾸중을 들은 직원들은 ‘심플 스틱’에 얻어맞았다고 말하고는 했다는 것. 잡스는 “단순하게, 더욱 더 단순하게!”라는 원칙을 제품 디자인, 프레젠테이션, 업무 프로세스, 회의 참석 인원에 이르기까지 요구했다고 하니, 잡스에게 ‘심플’은 종교이자 무기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다. 경영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굳이 탓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맹목적으로 단순함만을 추구한다면 무모하기 짝이 없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모든 관련 정보를 숙지한 다음,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지 말고 간명하게 정리해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을 간명하게 알리기 위해 “쓱(SSG)”이라는 단어를 썼다. 광고회사 HSAd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것. 광고주나 광고 창작자들은 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 많은 생각을 다 전달하지 않고 핵심 요체만 쉽게 전달했다. 그래서 결국 ‘쓱 배송’이라는 애칭도 얻게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네 주변에서는 자기 생각을 너무나 장황하게 설명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기 생각을 간명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도 잘 모르거나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강의 경험에 비춰 봐도, 잘 아는 내용이면 핵심 내용을 요약해 심플하게 전달하는데, 확실하게 숙지하지 못한 내용일수록 강의 내용이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정보를 확실히 숙지할수록 더 명료한 하나의 메시지를 추출할 수 있었다. 복잡한 생각들을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빼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이여, 많이 생각하시되 그 많은 생각들을 다 토해내지 말고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간명하게 말씀하시기를. 듣는 사람이 어렵게 느끼면 그만큼 성과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켰을 때 가장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 역시 복잡한 정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하고자하는 말을 쉽고 간명하게 한다면 말뜻을 잘못 해석해서 발생하는 숱한 오해도 많이 사라지리라.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단순함이야말로 최상의 정교함”이라고 했다. 핵심을 요약 정리하는 단순함, 페덱스 광고에서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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