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24)...시바스 리갈 광고가 주는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대학생 중기취업 기업과 인식차 커”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인식차 여전”

“학교 현장 ‘학생인권보장’ 인식차 크다”

“재정으로 일자리 창출, 여야 인식차 여전”

“한·미 인식차 없다면서도 곤혹스러운 정부”

“노사간 인식차 극복 통한 상생 발전 구축해야”

“군 대북·안보관, 간부-장병 인식차 갈수록 커져”

“미혼과 비혼, 결혼 둘러싼 세대별 인식차, 까칠남녀”

“한국기업 회계투명성 미흡, 기업·회계업계 인식차 커”

“일반고 ‘위기론’ 부른 학습 환경 두고 교사·학생 인식차”

“아빠 양육 인식차, 남편 ‘할 만큼 한다’ 대 아내 ‘부족하다’”

“최저임금, 사업자-근로자 간 인식차, 물가상승률 대 생계비”

이상에 제시한 뉴스 헤드라인에서 공동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인식차’라는 단어로 최근 뉴스를 검색해보니 동시에 수십 개의 언론 기사가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 인식의 차이가 저토록 만연해 있다는 분명한 증거일 터. 경영자와 근로자 간의 인식 차이에서부터 부부 간의 인식 차이에 이르기까지 숱한 인식차가 발생한다. 우리들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식의 차이는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시바스 리갈 광고에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인식의 격차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시바스 리갈 광고 '주인 대 손님'편(1975)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시바스브라더스(Chivas Brothers)사의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광고 ‘주인 대 손님’ 편(1975)을 보자.

시바스 리갈의 술병 속에는 술이 딱 절반쯤 담겨있다. 절반은 이미 마셨고 나머지 절반이 남아있는 순간이다. 술병만 있었다면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술병 위에 헤드라인을 배치하자 엄청난 광고 메시지가 탄생했다. “주인이 보기에는 반병 밖에 안 남았네. 손님이 보기에는 반병이나 남았네. (To the host it’s half empty. To the guest it’s half full.)” 절반쯤 남은 술에 대해 주인과 손님이 자신이 생각한대로 이처럼 다르게 인식한다는 내용이다. 손님이 나머지 절반을 어서 마시고 한 병 더 시키기를 기대하는 술집 주인의 마음, 그리고 좋은 술이니까 나머지 절반을 조금씩 아껴 마시고 싶다는 손님의 심리 상태를 절묘하게 비교해 표현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광고는 일상에서 잊기 쉬운 평범한 진리를 벌써 40여년 전에 일깨워주었다.

광고가 나가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바스 가문의 왕이란 뜻을 지닌 시바스 리갈. 이 광고 역시 시바스 리갈 광고의 왕이 되었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1801년에 창립된 시바스브라더스사는 중저가 스카치위스키로 시바스 리갈을 출시했다. 세계의 주당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브랜드 인지도는 높았지만 중저가 위스키라 선호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는데, 이 광고로 인해 선호도가 13%나 올라갔다. 고가의 스카치위스키만을 찾던 애주가들이 인식차를 강조한 이 광고의 매력을 느껴보려고, 술집에서 중저가 위스키였던 시바스 리갈을 찾았다는 사례도 많다. 이 광고는 1975년에 세상에 나왔지만 다른 주제로 시바스 리갈 캠페인을 전개했던 1990년대까지도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 지면에 종종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시바스 브랜드, 지금은 프랑스의 페르노리카(Pernod Ricard)가 소유하고 있다.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2002)에서는 남녀 간의 인식차를 설명하며 서로의 긴장감을 줄이고 사랑의 감정을 이끌어 내는 전략을 제시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욕구는 관심, 이해, 존중, 헌신, 공감, 확신이었고, 남자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욕구는 신뢰, 인정, 감사, 찬미, 찬성, 격려였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화성인과 금성인을 설정해, 태어날 때부터 다른 남녀인지라 감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실감나게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경영자와 근로자의 인식도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에 대해서도 근로자는 환호하겠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직원들 월급 주기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인식의 차이는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핵심 요인이다. 인식차가 느껴질 때마다 경영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일견사수(一見四水)’란 말을 떠올렸으면 싶다. 물 하나에 대해서도 입장에 따라 4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뜻. 사람은 물을 물로 인식하지만, 물고기는 자기가 사는 집으로, 천상에서는 수정으로, 아귀는 피고름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영국의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John Ruskin)도 이렇게 말했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시원하고 눈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지금 자신이 위쪽에 있다고 여기시는 분이라면 아래쪽에 있다는 듯 생각의 위치를 바꿔보고, 지금 자신이 왼쪽에 서있다고 느껴진다면 오른쪽에 서있다는 듯 판단의 각도를 바꿔보자. 아래쪽이 위쪽으로, 오른쪽이 왼쪽으로, 생각의 지도를 뒤집어보자. 생각의 위치를 바꿔보면 오해와 갈등의 해법을 조금씩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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