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있는 학자 출신... 소신, 잘못 인정 모두 지체없이 그 자리에서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학자시절 명성에는 특별한 데가 있다. 재벌개혁 이론가인 그는 자신의 주장을 가장 불편하게 여길 당사자인 삼성그룹과 주총장에서 몸싸움(김 교수가 안전요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몰려났다.)을 벌이는 관계에서 출발해 10여년 세월 후 그룹 고위층들의 회의에 연사로 초청받는 귀한 손님으로 격상됐다.

그의 성과는 저서가 많이 팔려 유명해 진 다른 교수들과는 성격과 차원을 달리 한다.

많은 기대를 받고 부임해 의욕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오다 최근 구설을 하나 자초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18일 회의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국회 업무 보고였다. 당연히 야당의원들은 국민일보 인터뷰를 물고 늘어졌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에서 홈런을 쳤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 보니 파울 홈런 이었다”며 “언동을 자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위 노조의 간부에 대한 설문조사도 김 위원장과 결부시키며 공격을 이어갔다. 공정위 노조의 간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일부 간부들이 하위직원들에게 무분별한 ‘갑질’ 심부름이나 술자리 요구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김성원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의 조직 장악 방식이 틀렸다. 김 위원장이 지시한 건 아니라 해도 (이런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는 위원장의 뜻과 같은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노조가 간부들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한 건 이번이 여섯 번째이고 노조를 이용해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해진 창업자 관련 인터뷰에 대해서는 여야 막론하고 지적이 나올 때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경솔히 처신했다”는 사과를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도 학자시절과 당국 기관장을 맡고 있을 때의 언동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에게 “좋은 일이 있으려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 많이 힘드신 것”이라고 위로하고 “공정거래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더욱 세워야 한다”고 기대적 평가를 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기업을 무혐의 처리한데 대해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심의원은 “면죄부란 표현은 정치적 해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삼성의 언락폰이 한국만 비싼 점에 대해 소비자단체가 신고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만 조사하고 제조사인 삼성에 대해서는 조사를 안했다”고 추궁하자, 김상조 위원장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하기 어려운 사정을 시인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이해진 창업자 관련 인터뷰에 대한 해명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이해진 창업자가 동일인 지정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친인척과 관련한 공개를 해야 되고 사적 편취를 막기 위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측이 IT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산업의 융복합추세를 감안하면 IT와의 경계는 모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네이버와 같은 첨단 기업이 과거 잘못된 재벌의 관행으로 가면 잘못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 동조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학영 의원에 대한 답변 도중에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특정 기업을 지정해 미리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김 위원장에게 솜방망이 같으면서도 뼈가 담긴 일침을 전한 건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이었다.

앞서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일부러 목청을 높이다가 김 위원장이 지체 없는 사과로 일관하자 화전의 갈림길에서 잠시 번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과 달리 김한표 의원은 질문 내내 잔잔한 음성을 유지한 가운데 노자의 고전으로 말문을 열었다. 앞선 문답을 지켜본 그는 김 위원장이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도 빠르고 사과도 빨리하고 있다”며 “당국자로서 좀 템포를 가지고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의원들 가운데 가장 확실한 답변을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아낸 사람은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다.

박 의원이 “가구점인 이케아가 점점 생활용품점으로 성격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묻자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이케아는 대규모 유통업 사업자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날 출석한 10여명의 기관장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질문에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속에 담은 생각을 명료하게 드러냈다.

이런 면모는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가 부총재 시절부터 국회에서 궁지(?)에 빠진 박승 당시 한은 총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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