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피치와 일치하는 등급 평가... 그러나 하필 이 시점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21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춘 것은 이미 지난 6월에 예고된 것이다.

이번 등급조정에 따라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이 모두 중국에 대해 동일한 등급을 부여하게 됐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5월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낮췄었다.

S&P가 이미 예고했으며, 다른 신용평가기관의 등급과 일치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하향조정을 특별히 경제외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일의 등급하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매우 뼈아픈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중국 공산당은 다음 달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매우 특별한 것으로 중국의 향후 5년간 권력구조를 만드는 자리다. 지난 2013년 주석에 취임한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를 맞기에 앞서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일부 중국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방과 같은 오랜 정치적 숙적과의 갈등으로 인해 취약한 권력기반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 부정적 기사를 보도한 기자를 처벌하는 등의 무리한 대응을 하는 까닭도 여론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장쯔민 후진타오 등 전임자들과 달리 중국 경제가 외형 성장을 이룬 후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집권했다. 취임한 이후 내내 세계 언론은 중국의 성장엔진 둔화를 언급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S&P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중요한 정치행사 직전 낮춘 것은 시진핑 주석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무시 못 할 투자기준이기 때문이다. 등급 하향에 따른 중국물 투매가 벌어질 경우 중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당대회 분위기를 냉각시킬 소지도 있다. 시 주석 측근의 약진이 아니라 반대파의 약진 기회가 되는 것이다.

S&P는 “중국의 지속적인 신용확장이 경제와 금융 안전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부채급증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것이 신용등급 하향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과도한 긴축 정책으로 부채를 단속할 경우, 주가를 떨어뜨리고 실물 경제를 냉각시킬 소지가 있다. 이는 정치적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S&P가 진작에 경고를 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충분히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다.

S&P는 중국의 신용전망에 대해서는 ‘안정적’을 부여했다. 당분간은 현재의 등급을 유지하면서 중국 경제를 지켜본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S&P는 중국 정부가 최근 기업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기적으로 금융불안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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