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가격 상승세 계속...내년에도 호황 예측 많으나 부정적 전망도 대두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반도체 출하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즉 상반기 반도체 경기 정점설이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막상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반도체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50달러 밑에서 머물던 D램 반도체 가격(DDR4 8GB 기준)은 지난 8월 57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좀 더 긍정적인 전망으로 바뀌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반도체가 컨슈머 IT 제품에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프라·기업용 수요로 변화되면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아졌고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꺾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지난 2월 국내에서 열린 한 반도체 전시회 /사진=뉴시스

일본의 노무라증권도 최근 리포트에서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가격 전망이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지속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높아지고 있다"며 "2018년, 2019년도 이들 회사의 DRAM 및 NAND 출하량의 연평균 성장률을 각각 19%, 50%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인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있으며 2017년과 2018년의 반도체 회사들 영업이익 증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내년 반도체 D램 공급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19.6% 증가에 그치는 반면 D램 수요는 20.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스마트폰의 메모리 저장공간 증가와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내년에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규 생산설비가 건설되고 있지만 증산 속도가 완만하고 2019년 이후에야 가동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즉 수요 증가 속도는 빠른데 설비 증가 속도는 완만한 것이 가격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과점 형태로 재편되면서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데다, 반도체의 초미세화가 진전되면서 기술개발 속도도 예전보다 느려졌고 상용화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비해 이보다는 조금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는 있다. 반도체 호황이 내년 하반기부터 정체되기 시작해 2019년부터는 하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요인은 2019년 이후 중국발 반도체 굴기가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형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초고집적 반도체의 경우 2∼3년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은 1∼2년으로 단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초고집적 반도체를 출시하기 시작하는 순간 공급과잉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시장조사업체 IDC 김수겸 부사장도 "반도체 시장 성장률에 있어서 올해가 최고점이고 내년부터는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리라 본다"며 "시장 전체의 금액을 보면 내년 중반부터 하락할 것이고 이후에는 더 강하게 하락세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강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일어나면서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여기에다 공급이 원활치 못해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2019년에는 지금 짓고 있는 팹(Fab)들이 가동하기 시작하므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 시장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호황을 즐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시스템 반도체라든지,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개발에도 나서는 등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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