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중앙은행의 금융사이클 판단능력부터 갖춰야"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금의 한국은행은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에 대해 무조건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다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리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앞선 시기,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나치게 낮춰서 가계부채를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에 대한 해법이 단순하지 않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는 기존 부채를 갖고 있는 가계의 파탄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을 과도하게 강조했다가 독립성을 훼손당하면서, 현재는 금리를 올리기도 가만있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융연구원의 박성욱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4일 금융브리프의 금융포커스를 통해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정책 목표로 정할 경우 금융사이클에 대한 판단능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전통적 목표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어느 정도로 정책 목표로 여겨야 하는가에 대해 세 가지 주장이 있다고 박성욱 실장은 소개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과 고용에 충실하고 금융안정은 건전성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역할분담론’에 대해 박성욱 실장은 경제주체들의 위험감수행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건전성 정책의 한계를 통화정책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안정을 물가안정 및 고용과 같은 목표로 간주하자는 ‘상시목표’론에 대해 박 실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다소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박성욱 실장은 밝혔지만, 한국은행은 반대로 매번 금융통화위원회의 성명서인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한다”고 언급해 왔다.

박성욱 실장은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된 이후는 중앙은행이 당초 약속과 달리 금리를 낮춰 인플레를 유발함으로써 실질채무를 축소해야 하는 점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행이 처한 상황이다.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한 ‘조건부 대응’론은 중앙은행이 필요할 때 금융안정을 위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때가 금융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느냐다. 박성욱 실장은 “통화정책의 금융안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금융사이클의 성격과 국면을 정확히 인지하는 실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1990년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에 앞서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통계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IT혁명에 따른 미국 경제의 생산력 향상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의 선제적 통화정책은 확장기 미국경제에서 거품이 개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 그린스펀 전 의장에 대한 평가가 2000년 이후와 크게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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