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채권 투자기관들 날벼락....내년 중반이나 투자 재개 예상

 양적완화 축소는 채권투자자들에게 이미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미국 채권왕 조차 상처입은 사자 신세가 되었고 한국 증권사들도 채권투자 손실을 잔뜩 안은 채 내년 초까진 채권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까지는 한국시장에서도 채권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채권발행에 연명해 오던 일부 기업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13일 국내외 금융계에 따르면 그간 채권으로 재미를 봐왔던 곳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그룹의 경우 그간 회사채 차환발행으로 버텨오다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조원 가까운 규모의 회사채를 조만간 차환 발행해야 하는 데 모든 자산 다 팔아도 4,000억원 정도가 모자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그룹은 하필 회사채 차환발행 시기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맞물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비단 한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신구 채권왕들 조차도 양적완화 축소에 아우성이다.
 
우선 미국의 새로운 채권왕인 제프리 군드라크는 “지금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미국의 재정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채권왕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더욱 처참하다. 그가 운용하는 핌코의 ‘토털리턴펀드’의 형편이 말이 아니다. 이 펀드가 홈페이지에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토털리턴펀드는 최근 미국 정부관련 채권 포지션(국채, 물가연동국채, 정부기관채, 금리파생상품 등)을 기존 39%에서 35%로 크게 줄였다. 반면 모기지 채권비중은 35%에서 36%로 소폭 늘렸다. 이머징마켓 채권비중은 6%를 그대로 유지했고 회사채 비중도 종전대로 9%수준에 놔뒀다.
 
토털리털펀드의 이같은 비중 변경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난달 1.7%의 손실을 기록해 바클레이즈의 미국 종합채권 벤치마크 손실(-0.51%)을 웃돌았고 연간으로도 4.09%의 손실로 역시 벤치마크 손실(-3.63%)보다 더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 4개월간 운용자산도 14%, 410억달러나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8월에만 77억달러가 환매되어 이탈했다.  
 
그런면에선 한국 증권사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미국 양적완화가 기세등등하게 추진되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증권사들은 채권에 투자해 큰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 5월21일 벤 버냉키 Fed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언급한 이후 한국 채권시장도 날벼락을 맞으면서 채권을 많이 보유했던 대형 증권사들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증권업계 한 채권담당 임원은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국내 대형 증권사의 경우 10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본 곳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정도다. 지금도 상당수 증권회사에선 계정만 옮기는 식으로 채권손실 반영 시점을 뒤로 미뤄가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채권담당 임원은 “이미 대부분 증권사에서 채권투자를 거의 중단하다시피한 상태다”면서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이뤄질 경우 채권금리는 더 올라 채권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채권투자에 적극 나서는 증권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임원은 현재 10년만기 한국 국채의 경우 연 3.5%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년엔 3.8%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투자도 미국의 양적완화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뜸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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