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구조조정 성공 시험대...산업은행은 엄격히 접근해야

▲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금호타이어 자율협약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금호타이어가 거의 1년간 매각을 둘러싼 방황 끝에 결국 자율협약이라는 '느슨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지난 2014년 12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을 졸업한지 3년도 안돼 다시 생과 사의 혹독한 갈림길에 들어선 것이다.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29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2월 말까지 기존 채무의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워크아웃과 비슷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느슨한 워크아웃'이라고 불린다.

채권단은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실사를 통해 중장기 생존 가능성을 면밀하게 점검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협조해서 고통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박삼구 회장은 대표에서 물러나며 "금호타이어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사퇴함과 동시에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초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 컨소시엄에 매각될 처지에 놓이면서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았고 결국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그런 우려는 가셨지만, 이번에 자율협약을 통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고통감내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사태는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느낌도 든다. 금호타이어는 원래 한국타이어 다음으로 유망한 기업이었지만 끊임없는 노사 분쟁과 리더십 부재 속에 자리를 못 잡고 결국 워크아웃, 해외매각 추진, 다시 워크아웃이라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계로 벌써부터 업계는 이번에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노조와 지역사회의 협조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고통 분담 요구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는 "2010년 워크아웃 이후 구성원들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채권단의 자구계획에 따라 임금 10% 삭감, 임금 5%, 상여금 200% 반납, 정규직 일자리 587개 비정규직 전환, 각종 복지축소,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으로 5년간 약 5000억 원 이상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2015년 8월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35일간이라는 최장기 전면파업을 벌이며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이 1500억원대에 달했다는 기사도 보도된 바 있다. 그해 3분기 영업손실이 60억 원을 기록해 5년 6개월 만에 분기 영업적자로 돌어서고 순손실도 554억원에 달했다.

또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할 당시 사측은 25.6% 임금을 인상하며 동종 업계 최고수준으로 대우했다는 기사도 있다. 금호타이어의 평균 연봉은 6380만원(2015년 기준)으로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6310만원)보다 높다는 얘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타이어 3사 중 실적은 가장 좋지 않지만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어 안타깝다"고도 밝혔다.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로 가는 길에서 새겨 들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밝힌 대로 고통감내와 경쟁력 향상을 통해 성공한 회사로 남을 수 있을지, 국민의 혈세만 투입한 실패한 워크아웃의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번 만큼은 원칙에 따라 엄중한 잣대로 금호타이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부실기업 문제로 피같은 국민 혈세가 낭비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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