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길 걷기<시리즈-1>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필자 주>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서 구리시에 걸쳐 있는 나지막한 망우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이 용마산이고, 다시 그 아래엔 아차산이 누워 있다.

이 산줄기는 백두대간의 한북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지맥이 중랑천 건너편 도봉산과 마주보며 수락산, 불암산을 거쳐 삼육대 뒷산-딸기원-망우산-용마산-아차산으로 이어져 어린이대공원 후문 근처 워커힐 언덕 밑 한강을 만나면서 꼬리를 내린다.

망우동, 면목동과 광진구 중곡동,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해발 349m의 용마산(龍馬山)은 이 일대 최고봉으로,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용마(龍馬)가 산에서 튀어나와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어 용마산이라 불렸다. 웅장한 바위산으로, 경사도 제법 급하다.

산기슭에 있는 용마폭포공원, 사가정공원 등도 가볼 만하다.

면목동 산 1-4번지에 위치한 용마폭포공원은 세 갈래의 인공폭포로 이뤄져 있다. 가운데 용마폭포, 좌측이 청룡폭포, 우측이 백마폭포다. 용마폭포는 폭 3~10m, 2단으로 이루어진 51.4m의 높이를 자랑한다. 청룡폭포는 21m, 백마폭포는 21.4m다.

지난 2005년 4월 13일 개장한 사가정공원은 면목동 산 50번지 일대의 면목약수터지구 입구에 있는 약 3만3200여 평 규모다.

공원 이름은 용마산 부근에 거주했던 조선 전기의 문인 서거정 선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그의 호를 따서 지어졌다. 또한 그의 대표적인 시 4편을 골라 시비를 만들어 설치, 공원이용객들에게 산책과 함께 시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피크닉장, 어린이놀이터, 체력단련시설, 자연형 계류, 사가정(전통 정자), 다목적광장, 냇가휴게소 등 다양한 휴게시설과 운동시설, 조경시설이 갖춰져 있는 주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이다.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좌회전, 대로를 따라가다가 ‘송림정 숯불갈비’를 끼고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곧 체육공원이 보이고 그 뒤가 용마폭포공원이다. 폭포공원 뒤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 아차-용마산: 삼국시대 격전지인 아차산성 /사진=윤광원 기자

조망이 좋긴 하지만 이 산줄기 일대는 그 때문에 슬픈 역사를 품고 있다. 바로 옛 삼국시대 한강유역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가 처절한 피의 전쟁을 벌였던 곳이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망우산~용마산~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보루성(사적 제455호)들이 그 대표적 유적이다.

용마산 제3보루는 헬기장으로 이용되면서 크게 훼손됐지만 당시 석축의 흔적이 지표면에 꽤 남아있고, 고구려 토기와 무기류 등 다수의 유물들이 발견됐다.

이곳은 조망이 정말 뛰어나다.

조금 높은 곳에서 뒤돌아보면 왼쪽으로 서울 시내가, 오른쪽으로는 한강이, 그리고 가운데로는 망우산 산줄기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걸음을 재촉해 제1보루를 지나면 또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면 용마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태극기가 길손을 반겨 맞는다.

하지만 아차산으로 바로 가려면 헬기장에서 왼쪽 하산길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물론 용마산 정상에서 바로 하산, 산기슭을 빙 돌아 아차산으로 갈 수도 있다.

아차산(峨嵯山)은 해발 287m의 야트막한 산으로 인근 시민들이 가벼운 산행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40분 정도 등산로를 오르면 한강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봉화산을 포함, 망우리 공동묘지 지역과 용마산 등의 광범위한 지역 모두를 아차산으로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차산을 향해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가빠질 때쯤 능선에 우뚝 서 있는 아차산 제4보루를 만날 수 있다. 구리시가 유일하게 복원해 놓은 보루성으로, 치를 갖추고 들여쌓기 기법을 사용한 전형적인 고구려식 석성이다.

이곳에 올라 한강을 바라보니 덕소쪽 한강 좌측으로 천마산과 고산, 우측으로는 예봉산과 검단산이 손짓한다.

계속 숲속 능선길을 걸으면 제3보루, 제1보루 등 다른 보루성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제1보루를 지나면 곧 해맞이 광장이 나온다. 해맞이 광장은 삼면이 확 트여 아차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소원을 빌려는 시민들이 몰리는 서울시내의 대표적 해맞이 명소다.

하산길에는 광진구가 지정해 놓은 명품 소나무 2그루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고구려정이나 구리시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능선 길을 계속 걸어 낙타고개를 지나면, 사적 제234호인 아차산성이 있다.

이 산성은 아단성(阿旦城)·장한성(長漢城)·광장성(廣壯城)이라고도 하며, 삼국시대의 주요 격전장이었다.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군대가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을 사로잡아 이 산성 밑에서 목을 베었다. 백제는 개로왕의 아들 문주왕이 웅진으로 천도, 겨우 살아남았다.

역사의 현장 아차산성에서 오른쪽 길로 하산하면, 생태공원을 거쳐 아차산 입구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동의초등학교를 지나면 영화사(永華寺)가 나온다.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인데, 창건 당시에는 화양사(華陽寺)라고 불렀다.

다시 길을 재촉해 삼거리에서 좌회전, 계속 내려가면 대로가 나오고 다시 우회전하면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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