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추석' 트레킹 이야기(8)...벅찬 해맞이, 비취의 바다, 신비의 원시림은 '절경'

▲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긴 추석 연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며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럴 때 좀 고생스럽지만 3박4일 정도 울릉도 여행길에 오르면 어떨까. 그래서 필자가 기왕 다녀왔던 울릉도에서의 사흘 여정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필자 주>


첫째 날 : 천신만고, 울릉도 입도하다.

새벽 3시 반 칠흑 같은 밤 미명조차 보이지 않는 꼭두에 집을 나섰다.  안목항에 도착했다. 아침 찬 공기는 가벼운 옷차림의 나를 심술한다.

▲ 강릉 안목항. /사진=박성기 대표 제공

8시에 뜨기로 한 배가 출항을 못한다고 10시까지 기다리란다. 10시가 되니 또 연장…. 이번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연기한다. 작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울릉도를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리면서 주변 해파랑 길만 돌았었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울릉도로 출발했다. 성난 바다는 2m가 넘는 파도로 앞길을 막는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는 파도를 간신히 넘어 시스타5호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울릉도를 울렁대며 구경할 모양이다. 평소 2시간 30분의 거리를 3시간 30분이 걸려 저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는 압도하는 아름다움으로 나를 반긴다. 극적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거부했나보다. 투명하리만치 맑게 갠 울릉도가 감격스럽다.

배에서 내렸다.

▲ 울릉도 저동항. /사진=박성기 대표 제공

사납던 요동에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마중 나온  펜션 여사장은 연신 “어떻게 죽지 않고 왔냐”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너무 바람이 심해 못 들어오는 줄 알았노라”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조용한 울릉도는 우리를 맞이하며 서서히 들썩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저동의 수산시장. /사진=박성기 대표 제공

저동항 어시장에는 벌써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오후 다섯 시다. 행장을 정리하고 저동의 촛대봉 야경을 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 저동항의 야경. /사진=박성기 대표 제공

둘째 날 : 울릉의 비밀을 훔쳐보다.

내수전 전망대의 일출이다. 본디 내수전이란 이름은 김내수란 이의 밭이란 데서 유래되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5시 20분에 뜨는 일출을 보기 위해 산길 4km를 뛰다시피 걸었다.

▲ 내수전 전망대의 일출. /사진=박성기 대표 제공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수전 전망대에 다다르니 막 일출이다. 붉은 해는 해협을 붉게 물들이며 불덩이를 내밀기 시작했다. 만 가지 생각이 한 순간 사라지며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붉은 해는 긴 혀를 내밀 듯 바다에 주단을 깔았다. 동쪽 끝 독도 쪽에서 떠오르는 해맞이는 비장미가 있다. 벅차오는 가슴을 열어 제치고 맘껏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나 여기 이제야 왔노라고….

▲ 와들메 옛길. /사진=박성기 대표

내수전 전망대에서 석포로 향하는 와들메 옛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주체못할 감격을 느낀다.  이 길이 그러하다. 설명할 수 없이 벅차다.

▲ 와들메 옛길의 동백. /사진=박성기 대표

길 가득한 원시림은 수많은 시간들을 변주해내고 있다. 지저귀는 새 한 마리에도 기껍다. 섬피나무며 섬단풍나무, 섬고로쇠나무, 마가목 등이 군락을 이루었다. 아름드리 나무는 뿌리를 사방으로 다 드러내고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뚝하다.

한 구비 돌면 또 한 구비 새로운 길은 멋진 신세계를 열었다.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길에다 넋을 놓았다.

▲ 관음도 가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석포로 나와 관음도 가는 길의 장관을 뒤로 하고 천부와 현포를 지나 태하에 들어섰다.

태하에는 한국의 10대 비경이라는 대풍감과 황토를 채취했던 황토굴이 있다. 대풍감 입구의 모노레일은 손님맞이를 위해 작동을 멈추고 단장을 하고 있다. 모노레일 옆길로 가파르게 태하등대로 향했다.

대풍감의 비경이 눈에 들어온다. 천길 단애 밑은 푸르다 못해 영롱한 비취색의 바다다. 바위 구멍에 배의 닻줄을 메고 육지 쪽으로 부는 큰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서 대풍감(待風坎)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크게 이는 바람에 돛이 휘어질 듯 팽팽해지면 닻줄을 끊어버리고, 배는 바다 건너 본토까지 한달음에 향했다는 대풍감의 전설이 있다.

▲ 태하등대 아래 대풍감. /사진=박성기 대표

대풍감을 보고 향목령을 지나 태하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참 아름답다. 예전 이곳에 향나무가 울창하여 향목령(香木嶺)이라 불렀는데 어느 날 석달 열흘 동안 불이 나 지금은 자취가 드물다 한다.

▲ 태하마을. /사진=박성기 대표

마을로 내려와 섬 게스트하우스 허훈 사장과 한담을 나눴다. 사진을 한다는 그는 울릉도가 좋아 뭍에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한다. 이곳에서 넘어가는 좋은 길을 물으니 친절히 학포 옛길을 알려준다.

▲ 학포 가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학포 옛길은 태하에서 학포로 가는 약 3km의 산길로 인적이 거의 없고 이정표도 없었다. 풀섶 사이로 희미하게 난 길을 따라 가파르게 산을 올랐다. 인적이 끊긴 길이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고개 넘어 학포 해변의 단애가 장관이다.

걷는 길 바로 옆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다. 가슴을 졸이며 조심조심 원시림과 꽃으로 가득한 옛길을 걷는다. 다른 이의 흔적이 없이 계속 숨어 있으면 하는 욕심도 부려봄직한 멋진 길이다. 한 시간을 걸어 학포마을에 도착했다.

▲ 학포에서 바라본 해안 절벽. /사진=박성기 대표

오늘 걸은 길은 산을 3개 넘고 거리로도 20km가 넘는 것 같다. 발은 무겁고 몸은 지친다. 그러나 마음은 하늘을 날 듯하다.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내수전 전망대~와들메 옛길~석포(정들포)~선창~천부~태하,대풍감~향목령 옛길~학포 옛길~사동항~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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