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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상대방을 헤드 테이블에 모시자...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26)...퍼블릭스 광고의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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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2  04: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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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장장 10일 간에 걸친 추석 연휴다.

긴 연휴 속 고향으로 해외로 민족 대이동이 이어지고 있다. 설레는 마음은 모두 같았으리라. 하지만 휴가에 들어가기 직전 일터에서 마지막 일손을 놓으며 느낀 마음의 결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을 터. 누구는 두둑한 상여금을 받고 기쁘게 마지막 일손을 접었겠지만 누구는 그렇지 못했으리라. 열흘 모두를 쉬는 분들도 있겠고, 추석 당일 하루만 쉬고 계속 일해야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연휴 직전, 일터에서 마지막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경영자들은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많은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선물 하나씩 돌리는 것으로 명절 인사에 가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경영자와 직원들이 잠깐이나마 사무실에 둘러앉아서 계급장을 떼고 덕담을 주고받은 다음에 헤어졌다고 한다면, 직원들은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가는 발걸음을 뗐으리라.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광고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자.

   
▲ 미국의 슈퍼마켓체인 퍼블릭스의 추수감사절 광고.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미국의 슈퍼마켓체인 퍼블릭스(Publix)의 광고 ‘헤드 테이블’(2008) 편을 보자.

광고가 시작되면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내려고 세 가족이 도착해서 둥그런 테이블에 앉는다. 피부색이 각각 다른 세 가족이다. 식사 직전이라서인지 모두들 상기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서 추수감사절을 맞는 소감을 묻는다. “자, 식사하기 전에 몇 마디씩 짧게 말씀해주세요.” 가족별로 돌아가며 덕담을 나누는데, 딱히 어디가 헤드 테이블인지 알 수 없다.
 
“아! 오래 걸리진 않아요. 왜냐면 나도 엄청 배고프니까.”
“해마다 추수감사절에는 염원을 담아 기도해요.”
“그리고 우리는 감사할 것들이 정말 많죠.”
“이 감사한 칠면조 요리... (하하하) 게다가 반죽된 소(餡: 만두 같은 음식에 넣는 소), 크랜베리와 감자에게도 고맙다고 해야죠.”
“어디보자... 음...”
“아버지, 저는 이렇게 아빠 곁에 있는 순간이 무척 행복해요.”
“이렇게 멋진 아들을 가진 엄마께도 감사해요. (자화자찬)”
“무엇보다 제 곁에 가까이 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매일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해요. 다만 여러분께 굳이 말하지 않을 뿐이지만요.”
 “매일 매일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45년과 45마리의 칠면조들, 앞으로도 이 날은 항상 특별하겠죠.”
 “그러니 항상 이 음식에,”
 “이 멋진 잔치에,”
 “굉장한 올 한 해에,
 “그리고 서로에게 항상 감사합시다.”
 “모두들 사랑해요.”
 
 이런 대화가 마무리 될 즈음에 “감사드려요”라는 자막이 나오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사각형 식탁이 아닌 원탁에 앉아 있다는 것. 기다란 사각형 탁자에는 보통 윗사람이 앉는 상석이 있게 마련인데, 원탁에는 상석이 따로 없다. 바꿔 말하면 자리를 지정해 상하관계(계급장)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생각하기에 따라 누구나 자기 앉는 자리가 상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광고에서는 추수감사절에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식탁의 상석(Head of the Table, 헤드 테이블)’에 앉아 한 해 동안의 감사함을 표시하게 했던 셈이다. 추수감사절에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광고다.
 
퍼블릭스(Publix)는 1930년에 설립된 미국 플로리다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다. 1930년에 조지 젠킨스(George W. Jenkins)가 플로리다 주 윈터헤이븐에 세운 조그만 상점이 모태인데, 2010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100대 기업’에서 86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식품과 제빵류 및 유제품을 생산하며, 미국 전역에 1100여개의 소매점도 가지고 있다. 역사가 오래되어 퍼블릭스 브랜드의 인지도는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는 할 필요가 없고 판매율을 높이는 문제가 관건이었다. 결국, 2008년에 집행한 이 광고가 효과를 발휘해 2007년의 추수감사절 기간에 비해 판매율이 21%나 신장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광고다. 특별히 주목을 끄는 비주얼이나 카피도 없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지인 세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일상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 자체가 이 광고의 매력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 속에 서로 간의 믿음과 넉넉한 사랑이 잔뜩 묻어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상여금 지급만 하고 명절 인사에 가름하던 데에서 나아가, 광고에서처럼 사각형 테이블이 아닌 원탁에 마주 앉아 그동안의 노동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기대 이상의 감동을 낳을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할 때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도록 직장 내 상하 관계를 무시하고 원탁에 마주앉듯이, 반드시 원탁에서 계급장을 떼고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좋겠다. 어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입사 1년을 기념해 신입사원 돌잔치도 해준다고 한다. 이처럼 신입사원도 헤드 테이블에 앉도록 배려한다면 훨씬 훈훈한 자리가 될 것이다.
 
그뿐이랴? 명절 때 고향에 가서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날 때 상대방을 헤드 테이블에 모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면 서먹서먹하지도 않고 넉넉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주인공처럼 존중하며 상석에 모신다면, 가족이나 친지끼리 싸웠다는 명절 끝나고 들려오는 소식도 확실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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