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금리 올린다는데, '부동산 불패' 맹신 말고 빚 걱정 없는 노후 만들어가야

▲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1400조원 '가계 빚' 어찌 할 텐가. 2일 노인의 날에 새삼 또다시 이 물음을 던지는 것은 한국을 둘러싼 경제환경과 금리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다. 이대로 가면 우리 국민의 노후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한국은 지금 긴 추석 연휴에 돌입했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에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대출금리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잇단 ‘통화정책 정상화’가 글로벌 금리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한국의 빚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수개월 내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시장에선 “영국이 11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도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10월부터 경기부양 차원에서 사들였던 연준의 자산을 축소하고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 연설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너무 천천히 올리면 안 된다”고 했다.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 역시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선 “향후 양적완화(경기부양) 축소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태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올해 안에 양적완화 축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한 상태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지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금리인상 카드’ 혹은 ‘양적긴축(경기부양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9월 29일(미국시각) 현재 연 2.328%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한달 새 20bp(1bp=0.01%)나 뛴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금융시장도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한국에서 갖고 있던 채권을 매도하고 주식도 대거 팔아치웠다. 최근에만 7조원이 빠져나갔느니 8조원이 이탈했느니 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을 전후해서는 이틀 새 외국인이 무려 3조원어치나 되는 국고채를 매도하고 빠져 나갔다는 얘기가 시장을 엄습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로 여겨지는 돈이 한국 채권을 팔고 한꺼번에 한국시장을 빠져 나갔다는 흉흉한 얘기도 들린다. 지난달 25일 연 1.775% 였던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28일엔 1.888%로 솟구치는 일도 있었다.

지금 한국의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9월 한달간 20원 가까이 오르면서 지난달 한 때 1150원을 터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원화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우리의 국고채 가격과 원화의 가치가 추락했다는 얘기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이같은 파장을 안겨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 위협, 그리고 끊임없는 미사일 발사도 한국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을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채권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게 무슨 뜻인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시장금리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도 긴 추석 연휴동안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을 수 있다”면서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칠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꿈쩍않고 있는 시장이 있다. 부동산 시장이다. 지금도 한편에선 건설회사들의 강남 재건축 거품 만들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느 아파트엔 옥상에 수영장까지 지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다시 정부 정책을 비웃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금리야 오르든 말든, 한국 금융시장이야 불안하든 말든, 아직도 서울 곳곳에선 ‘부동산 불패’를 외친다.

우리나라 부동산 값이 최근 왜 이토록 급하게 올랐는가. 그 속엔 가계부채 증가분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이 꺼지면 가계부채는 속수무책이다. 빚 못 갚는 사람의 집은 은행 것이 되고 빚 못 갚는 사람의 집이 늘면 금융회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들이 힘들어지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추석 연휴 뒤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까지 감안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번에야 말로 엄중한 정책을 내놔야 할 때다. 가계부채가 여기서 더 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가계부채 1400조원, 지금도 감내하기 힘든 규모다. 그나마 통제여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게 다스리는 정부가 돼야 한다.

지금은 개인이나 정부 모두 ‘경거망동’할 때가 아니다.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우리 경제에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긴축 발작’, 즉 테일 리스크(잘 일어나지 않지만 한 번 닥치면 파장이 큰 위험)가 닥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이라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구두끈을 붙들어 매자. 모두가 방심할 때 위기는 슬그머니 다가올 수 있다.

마침 오늘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우리의 미래가 편하려면 ‘빚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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