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직장인 건강 특집-3>..."건강 '저축'하려면 좋은 습관 계속 실천해야"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얼마 전 90세 넘은 전직 장관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자그마한 키에 마른 체격이지만 맨눈 독서는 물론 정원 가꾸기가 취미일 정도로 정정했다.

건강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부모님에게 건강하지 않은 몸을 받은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타고나기를 워낙 병약하게 태어났어요. 걸핏하면 위장병에 걸리다보니 평생을 소식(小食)해야 했지요. 젊었을 때는 무척 속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오히려 젊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는 노력 덕분에 무탈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50대 초반의 K부장은 어릴 때 무척 귀하게 컸다. 세 명의 누나들에 이어 태어난 막둥이어서 어려서부터 좋다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청년 때도 홍삼이나 각종 건강식품을 달고 살 정도였다.

“건강 하나는 타고났다”는 말을 들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K부장이 자신의 타고난 건강만을 믿고 무리하는 게 옆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는 “운동하라”, “비타민 먹으라”는 충고를 귓등으로 흘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에 이불 없이 잠들 정도였지만 요즘은 괜히 으슬으슬하단다. 삼겹살을 일주일에 두세 번 먹을 정도로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멀리 한다.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이다. 예전엔 밤새워 술을 마셔도 끄떡없었지만 요즘은 주량 자체가 줄었을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견디지 못한다.

▲ 건강 검진을 위한 채혈. /사진=뉴시스

병원을 찾았던 K부장은 한 웅큼의 약과 함께 이런 충고를 들어야 했다.

“건강 통장에 ‘저축’했던 자산을 모두 써버려서 마이너스 통장이 됐습니다. 그래도 일찍 알았으니 다행이지 자칫하면 ‘부도’를 맞을 뻔했어요. 돈을 빌리면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빠진 몸을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는 건강이 나빠진 마이너스 상태에서는 건강 통장에 저축을 해도 ‘통장이 불어나는 모습(건강이 좋아지는 모습)’이 눈에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조금 노력을 하다가도 “예전과 달라진 게 없잖아” 하면서 통장을 내던지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건강 통장을 플러스로 만들려면 답답하고 진전이 없어 보여도 차근차근 저축해야 한다. 사실 건강 통장에 저축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강한 식사와 건강한 수면, 일주일에 세 번 30분 운동하기 등 평범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부모님에게 건강하지 않은 몸을 물려받았지만 90대에도 정정한 전직 장관처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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