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길 걷기<시리즈-4>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구룡산은 서울 서초구 염곡동과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 위치한 산으로, 높이는 306m다. 
모두 9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 임신한 여인이 용 열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한 마리가 떨어져 죽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랐다고 해서 구룡산(九龍山)이라 불리게 됐다고 전한다. 죽은 한마리는 좋은 재산인 물이 되어 양재천(良才川)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산의 주봉(主峰)은 국수봉(國守峰)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이전부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국가를 지킨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곳에는 바위굴인 ‘국수방(國守房)’이 있어 봉수대를 관리하는 봉수군들이 기거했다고 한다.

▲ 구룡산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윤광원 기자

구룡산은 평탄하고 야트막한 산으로,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대모산(293m)과 함께 부담 없는 산행이나 아침운동을 즐기기에 적당한 코스여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산들은 근처의 우면산과 함께 서울 강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요한 등줄기다.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등뼈’라고 한다면, 이 산줄기는 서울 강남의 등뼈라 할 수 있다. 오늘 이 강남의 등뼈를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로 나와 50m쯤 직진하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 강남수도사업소 방향으로 400m 가량 가면, 독골공원과 대치중학교를 지나 양재천 제방이 나온다.

제방길을 따라 왼쪽으로 걷다가, 영동3교를 통해 양재천을 건넌다. 다시 구룡터널 방향으로 대로를 따라가다가 구룡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하면, 개포파출소 앞에 ‘달터근린공원’이 보인다.

달터근린공원은 면적 23만2078㎡이며, 구릉지에 위치하여 녹지가 풍부한 공원이다. 농구장 1개소, 테니스장 1개소, 배드민턴장 4개소가 있으며 파고라 6개소, 정자 4개소, 다수의 벤치와 운동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나지막한 언덕길인 달터근린공원을 따라 계속 가다가 구룡터널사거리에서 양재대로를 건너면, 구룡산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매봉역 매봉터널 사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올 수도 있다. ‘대모산 도시자연공원 안내도’가 커다랗게 붙어있고, 그 아래 구룡산의 전설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다.

구암약수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길이다.

구룡산에는 신갈나무, 리기다소나무, 아카시아나무, 현사시나무 등이 산재해 있으며, 특히 희귀한 물박달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껍질이 종잇장처럼 너덜너덜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마음 같아선 정상까지 한달음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도 제법 경사가 급하다. 숨이 가쁘지만, 중상급 정도의 체력이면 도중에 쉬지 않고도 정상 등정이 가능하다. 정상에는 동판과 헬기장이 있다.

구룡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시내 조망은 기가 막히다. 강남 일대와 굽이쳐 흐르는 한강, 그 너머 남산과 북한산, 도봉산까지 손에 잡힐 듯하다. 의정부와 수락산까지 마치 지척 같이 가까워 보인다.

정면에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타워팰리스’가 있지만, ‘강남의 판자촌’이라는 구룡마을도 보인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단면이다.

여기서 대모산 정상까지는 2km가 조금 못되는 능선이다. 철망 울타리를 따라가는 길이다. 철망 너머 남쪽 기슭에는 헌인릉이 있다. 헌인릉(獻仁陵)이란 조선 3대 태종과 그 왕비의 능침인 헌릉과 23대 순조 및 그 왕비의 능침인 인릉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또 구룡산 기슭에는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도 있었으나, 영릉은 1469년(예종 1년)에 여주로 이장했다.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 여럿 있으나 모두 무시하고 능선을 따라가다가, 철탑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면 대모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만 있다.

대모산 정상에서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과 한강이 보이고, 날씨가 맑은 날은 서울 북쪽 지역까지 조망된다. 대모산 정상 부근에는 삼국시대 신라의 산성으로 추정되는 대모산성 유적이 있다. 대부분 무너져 잔해만 남아 있는데, 서울시는 2025년까지 이 산성을 복원할 계획이다.

정상에서 다시 오른쪽 수서역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3km가 넘는 꽤 긴 능선길이다. 울창한 숲이 한참 이어지고,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연이어 길손을 맞는다. 하산길이지만 이제까지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서울 강남에 이런 긴 숲길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과연 강남의 등뼈답다.

어느새 차 소리가 요란해진다. 큰길로 내려서면, 지하철 3호선 수서역 6번 출구가 보인다.

구룡산 기슭의 구룡사나 능인선원을 둘러보거나, 매봉역 인근의 매봉산(도곡공원)을 곁들여 산책하는 것도 좋다.

양산의 서울 포교당인 구룡사(九龍寺)는 도심에서 생활불교를 실천하는 현대식 전법도량이다. 지난 1985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창건, 양재동으로 이전했다. 대지 700평에 연건평 2200평의 지하 2층, 지상 7층의 건물로 지어진 구룡사의 지상 2~4층 ‘만불보전’은 통층방 형식으로 된 법당으로 1만 부처님을 모신 전통과 현대식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건축물이다.

능인선원도 비슷한 분위기다. ‘능히 남을 교화하여 이롭게 한다’는 이념으로 1985년 강남구 서초동에서 처음 개원, 1995년 포이동에 현 도량을 신축해 이전한 현대식 사찰이다.

능인선원은 ‘서울둘레길’ 대모-구룡 구간의 종점이기도 하다. 서울둘레길은 수서역에서 능선선원까지 두 산 북쪽 기슭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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