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추석’ 트레킹 이야기<9>...울릉도와 독도는 다시 가고 싶은 곳

▲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긴 추석 연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며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럴 때 좀 고생스럽지만 3박4일 정도 울릉도 여행길에 오르면 어떨까. 그래서 필자가 기왕 다녀왔던 울릉도에서의 사흘 여정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필자 주>

울릉도 셋째 날 :  독도와 성인봉에 오르다.

새벽 6시40분, 독도 출발이다. 전날 배를 놓치고 첫 시간에 다녀오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동경 132도 북위 37도 민족의 염원을 안고 있는 숙명의 섬 독도는 배를 접안할 수 있는 큰 섬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작은 새끼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랫말에 홀로 외로운 섬이라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는다. 날씨를 종잡을 수 없어 접안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오늘 접안하여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지….

▲ 독도. /사진=박성기 대표

배는 너울성 파도 탓에 접안하지 못하고 독도를 순회했다. 동도와 서도를 멀리서 한 바퀴 돌았다. 외로운 섬 독도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주는 까닭에 배 주위엔 온통 괭이갈매기 천지다. 사진 찍기가 곤란했다. 더 아름다운 독도를 카메라에 담고 싶으나 마음으로만 가득 채웠다.

▲ 독도의 한국지도. /사진=박성기 대표

배는 독도 주위를 20여분 선회하고 귀항했다.

도동항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서둘러 도동에서 천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천부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나리분지까지 가야 하기에 서둘러야 한다.

나리분지는 화산폭발로 인해 생성된 칼데라 화구로 동서의 길이가 1.5km이고 남북의 길이가 2km인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이다.

눈이 내리면 3m까지 쌓인다.

나리분지는 보수력이 약한 화산 지형이어서 물은 바로 땅 밑으로 스며들어버리기에 밭농사만 가능하며 천궁 · 황금 · 황귀 등의 약초와 더덕 · 명이나물 같은 산초 나물이 많이 난다.

나리촌 식당에 들러 이곳에서 수확한 산채비빔밥에 동동주 한 잔을 하고 1시에 성인봉으로 출발했다. 성인봉 바로앞 오르막까지는 2.5km 힐링의 숲이다. 섬단풍과 마가목, 그리고 온갖 숲의 정령들이 줄느런히 길손을 환영한다. 길에 취해 길손은 연신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에 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가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식사를 마치고 알봉 둘레길과 신령수로 향했다.

▲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가는 길에 만난 울릉도 전통가옥. /사진=박성기 대표

알봉 둘레길에 접어들었다. 즐겁게 뛰어오며 장난질 치는 어린아이의 얼굴이 난만하다. 가족이 같이 걸어도 될 편한 길이다.

2.5km를 걸어 도착하니 신령수다.

▲ 신령수 약수. /사진=박성기 대표

신령수까지 오는 동안 빼곡한 울창한 원시림 숲길은 마음을 한없이 상쾌하게 했다. 신령수 약수터에 도착하여 목을 축였다. 물은 단맛이 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지금부터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이 너무 싫다. 그러나 올라야 한다.

▲ 성인봉 오르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한참을 낑낑대며 땀을 쏟으니 성인봉이다. 삼대가 공덕을 쌓아야 맑은 성인봉을 볼 수 있다는데 처음부터 운이 좋다. 오전에 비가 내려 구름 낀 성인봉을 예상했으나 기분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 성인봉 정상. /사진=박성기 대표

많은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 온다. 땀이 식으니 춥다. 멀리 잡힐 듯 바다가 보인다. 독도는 접안 못했으나 맑은 성인봉을 봤으니 반은 성공한 셈이다.

해찰하다가는 금세 어두워지기에 성인봉을 하산하기 시작했다. 나리분지에서 오르기는 계단 때문에 힘이 들었으나 하산 길은 계단이 아니고 대부분 흙길이라 편하다. 맑고 싱그러운 나무향내가 콧등을 간지럽힌다.

▲ 원시림. /사진=박성기 대표

성인봉 등산코스로는 나리분지, 안평전, 대원사, KBS중계탑이 있다. 하산 길은 KBS중계탑 방향으로 잡았다. 하산 길 중간 봉래폭포로 내려가는 작고 예쁜 길이 있어서 그리로 방향을 틀었다. 인적이 닿지 않은 작은 소로에는 들꽃이 가득해 걷는 자의 마음을 싱그럽게 했다.

처음 목적했던 하산과는 다르게 봉래폭포로 해서 저동 숙소로 내려왔다. 길이 아름다워 참 좋았다.

▲ 하산길. /사진=박성기 대표

오늘 하루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발이 저리고 등에 땀이 가득하다. 하지만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고 좋았다.

오늘의 일정따라 이처럼 걸었다.

도동~독도~도동~천부~나리분지~성인봉~봉래폭포~저동

에필로그 : 초심을 찾다

2015년 10월에 울릉도를 가기위해 강릉 안목항을 갔었다.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던 울릉도는 쉬이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루를 더 안목항 주변 해파랑 길을 걸으면서 기다렸으나 끝내 열어주지 않았다.

그 후 6개월 만에 다시 울릉도행을 결정하고 길을 나섰다. 우연곡절 천신만고 끝에 울릉도에 입도하는 순간의 감격은 한번 실패해본 자만이 느껴지는 희열이었다.

울릉도의 나흘은 강렬한 충격이었으며 걷는 자만의 기쁨이었다. 울릉도는 처음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점점 나태해졌던 나에게 초심의 방향을 일깨워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아쉽게도 4일째 마지막날 계획했던 행남등대와 해안 산책로는 개인적인 급변으로 인해 아침 첫배로 나올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글을 끝내면서 다시 울릉도를 계획하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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