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일해야 그나마 정치적 입김서 벗어날 수 있어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비상임 논설위원] 필자의 경우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재단사장으로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도 있고 꿈꾸고 있던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와 보니 현실은 달랐다. 뭘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다.

지난해 신청했던 사업 예산을 3분의 1만 받고 사업을 했더니 계획했던 만큼 수익을 못 냈다는 이유로 올해 예산을 한 푼도 못 받은 일도 있다. 예산을 줄였으면 수익 목표도 줄여야 할 텐데 그런 얘기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올해 그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후원하기로 했다. 문화재단으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작년 지역의회로부터 많은 사업에 제약을 받으면서 언제까지 재단이 이런 식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런 제도는 또 하나의 관료집단을 생산하는 제도가 되고 있는 듯하다.

문화재단들이 독립권을 가져야 한다. 의회는 예산을 주고 감사를 하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려고 하니 일을 할 수 없다.

▲ 공연장 내부. /사진=뉴시스

문화재단이 정치적인 숫자놀음을 하면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그래서 이곳 저곳 지자체에서 문화재단이 새로 생기면 반갑기 보다 걱정이 앞선다. 최근 새로운 문화재단이 생기고 문화계 유명한 분이 사장으로 갔다. 축하하러 갔는데 마음으로는 이 분이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까 걱정이 컸다.

문화는 믿고 후원하고 키워주고 꽃을 피우게 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 많은 문화재단들이 겪고 있는데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문화재단 사장들은 임기 끝나면 갈 곳이 없다. 개인적 형편으로는 일을 그만두게 되면 큰일날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문화재단 사장이 임기에 연연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재단을 소신껏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을 안 주면 직접 구해오면 된다. 최근 어떤 사업 집행위원회에서는 예산이 없다니까 집행위원들이 다들 기부금 내기로 찬성했다.

문화를 하는 사람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을 더 하려고 하면 약해지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문화재단 사장이 연임하려고 하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없으면 제 할 얘기를 할 수 있다. 또한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

문화재단이 극심한 간섭을 받으면서 할 일을 못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마이너스다. 조그만 문화재단도 예산이 한 해 20억~30억원 든다. 헛된 일만 하고 있으면 이 예산이 다 날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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