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동맹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 동북군구의 혈맹"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과연 철저하게 같은 편일까.

동북아시아 시사전문가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장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분석하는 대부분 주장들이 모두 공통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또한 철저하게 다른 이해관계에서 접근해야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냉전시대의 연장선에서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단순 시각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 소장은 이런 류의 주장에 대해 ‘국정교과서 파동’ 이후 진영논리를 새로운 형태로 이어가는 것일 뿐으로 일축한다. 논객들 자신이 소속(?) 정파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지 진지하게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 흔한 오류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프랑스와 같이 저 멀리 있는 유럽 사람들에게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논객들은 한국이 전 세계를 대신해 최전선에 서 있는 것 같은 의미부여를 한다. 일종의 과대망상적 접근을 하기 때문에 상황을 거듭 오판한다고 방 소장은 지적한다.

그는 현재 중국이 미국 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 베트남 등에 의해 포위된 형세라고 진단한다.

이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국굴기’가 초래한 결과다. 너무 일찍 야심을 드러낸 결과, 주변 열강 모두의 경계심을 초래하고 말았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언제나 가변적이다. 현재는 미국이란 상대 앞에서 예전 소련시절보다는 우호적이 돼 있을 뿐이다.

북한과는 ‘중조혈맹’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아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만약 북한마저 중국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로 나온다면, 중국의 고립상태는 정말 심각해진다.

방세현 소장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세계 무역비중, 세계 공장역할 등에 지나친 자신감을 앞세웠다고 지적한다. 어설프게 전 세계에 옛날 중국 천자들의 ‘중화사상’을 들이밀었다가 ‘공공의 적’ 신세를 자초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더욱 큰 문제는 중국 내부에 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이 ‘통일 천자’의 통치력을 갖고 있느냐다. 그가 ‘태자당’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웬만한 뉴스를 읽어본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그만큼 반대세력인 ‘상하이파’의 존재가 잘 알려져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는 과정에서 보시라이, 저우융캉 등 수많은 거물들이 낙마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를 당하는 살벌한 정치투쟁을 거쳤다. 이런 정치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방세현 소장은 정치투쟁이 군 개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군구 개편을 통해 30만 명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명분은 군의 현대화다. 육군을 줄이면서 해군은 강화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심양군관구, 즉 동북아시아에 배치된 군의 동향이다. 중국 현대사에서 오랜 세월 독자 제후처럼 활약해 온 군대다. 한국전쟁 때 북한 지원의 주축을 맡았던 군구다.

방세현 소장은 북한과 중국의 혈맹은, 핵심적으로는 북한과 중국 동북군구와의 혈맹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정부가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성실히 이행한다고 해도, 동북군구가 독자적으로 북한과 벌이는 교역은 통제권 밖에 놓여있다.

동북군구는 중국의 군구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래전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군인 베이징 군구와 비교해 동북군구가 뒤지는 것은 핵전력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육군중심 30만 감축을 추진하는 시진핑 주석이 동북군구에 대해 완전한 지휘력을 갖추고 있는가. 방 소장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 중앙정부와 동북군구의 관계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북 송유관이다. 중국이 만약 송유관을 잠그려 든다면 동북군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송유관 폐쇄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과연 잠그기 싫어서인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잠글 수 없기 때문인가. 방세현 소장은 이런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송유관이 한번 폐쇄되면 뒷수습이 더 큰 일거리가 된다는 점은 있다. 방 소장은 지난 1993년 중국이 송유관을 3일 동안 잠그고 나서 재정비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30일 군복을 입고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열병식을 벌인 장면 또한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시 주석은 “중국군대는 공산당의 군대”라고 강조했다. 열병식이 벌어진 위치는 현재 미국 베트남과 대치중인 남중국해 지역도 아니고 인도 파키스탄을 바라보는 지역도 아니다.

몽골, 그리고 중국의 동북군구 근처다. 강조한 내용은 ‘당의 군대’였다.

이런 정황을 들어, 방세현 소장은 시진핑 주석이 ‘대륙을 통일한 천자’의 통치력을 가졌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이런 처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알고 있는지도 궁금한 점이라고 방 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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