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걷기<시리즈-5>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우면산(牛眠山)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에 걸쳐 있는 293m의 야트막한 산이다.

마치 소가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그 이미지처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부드러운 흙산이다. 산행길이 짧고 평탄해서 저녁이나 아침에도 오르기 좋은 산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아주 ‘경제적인 산행’ 코스다. 게다가 과거 한 대기업은 소의 형상이 맘에 들어 이 곳 우면산 아래에 '연구소'를 지었다고 했던 바로 그 산이다.

등산로는 서초구 우면동이나 서초동 예술의 전당, 강남구 양재동과 사당동, 과천시 남태령이나 선바위역에서 오르는 길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산행엔 2~3시간 소요된다.

이번엔 가장 일반적 코스인 예술의 전당에서 오르기로 한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예술의 전당)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걷는다. 예술의 전당 앞에서 대로를 건너 좌회전, 조금 더 가면 전당 뒤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등산로가 나온다. 그 옆으로 남부순환도로를 건널 수 있는 보행자 전용의 멋진 다리가 있는데, 다리가 인공폭포 가운데를 지나게 돼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예술의 전당 뒤로 오르면 곧 대성사(大聖寺)가 나타난다.

대성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에 속한다. ‘백제불교 초전 법륜성지(百濟佛敎 初傳 法輪聖地)’라고 쓰여 있는 대성사 입구의 안내판이 이 절의 오랜 이력을 말해 준다.

▲ 우면산길에서 만난 장면. /사진=윤광원 기자

대성사는 침류왕 때인 서기 384년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해준 인도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마라난타가 동진(東晉)을 거쳐 백제에 이르는 동안 음식과 기후가 맞지 않아 병에 걸렸는데, 이곳 샘물을 마시고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듬해 이곳에 대성초당을 지었는데, 그것이 대성사의 기원이다.

이후 원효대사, 보조국사 지눌, 무학대사 등 많은 고승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근대에는 기미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중 한분이셨던 백용성 큰스님이 주석했던 절이다. 대성사는 목불좌상이 특히 유명하다. 대성사 뒤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사실은 우면산 정상도 대성사 소유 땅이다.

그러나 우면산 등산로 곳곳에는 지난 2011년 7월 우면산 일대를 할퀸 산사태의 흔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큰 비가 와도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돌과 콘크리트로 물길을 새로 내고 사방공사를 한 곳이 우면산에만 여러 곳 있다.

대성사에서 30분이면 정상인 '소망탑'에 오를 수 있다.

소망탑 앞 전망대는 서울시가 추천한 조망명소의 하나다. 서울시내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남산과 북악산은 물론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도 손에 잡힐 듯하다.

소망탑에서 과천까지 종주하기 위해 다시 왼쪽 길로 접어든다.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 호젓하고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림욕에 그만인 능선길이다.

능선 위엔 공군부대가 있어, 철책을 끼고 걸어야 한다. 군데군데 ‘지뢰’ 표시가 있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나지막한 산에 아직도 지뢰밭이 있다니…

그래도 철책 앞에는 작고 예쁜 야생화들이 무리 지어 있어 위안이 된다.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약수터를 지나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조망이 탁 트인다. 눈앞에 관악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곳 우면산이 ‘삼관우청광’ 종주코스의 가운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삼성산-관악산-우면산-청계산-수원 광교산을 잇는 ‘삼관우청광’ 코스는 강북의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코스에 필적하는 종주 루트로, 산악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코스다.

등산 고수들처럼 무박2일 동안 한 번에 주파하지는 못하더라도, 2~3구간 정도로 나눠서 조만간 가보리라 다짐해본다.

정면의 하산길로 접어들면, 30분 안에 남태령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좀 더 걷고 싶은 마음에 선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중간 중간 갈림길들이 나오지만 무시하고 가운데 능선길로 계속 내려가면, 그 끝에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3번 출구가 있다.

우면산은 높지 않고 평탄한 산이면서도 볼거리가 많고 자연생태공원이 있어, 부부나 연인의 등산데이트에 좋은 곳이다.

특별한 등산장비나 준비도 필요 없다. 산 근처에 예술의 전당과 국립국악원이 있어서, 주말에는 문화생활과 트레킹을 겸해서 1석 2조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우면산에는 대성사 외에도 보덕사, 장각사, 관문사 등 크고 작은 사찰들이 산기슭에 있다.

보덕사쪽 들머리는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1번 출구에서 예술의 전당 쪽으로 남부순환도로 따라 1.2Km가면 SK주유소가 있고, 서울시 교육연수원 정문 직전에 오른편으로 ‘보덕사’ 팻말이 있는 길로 들어가 교육연수원 담을 따라 300m 가면 보덕사 정문 앞이다.

왼쪽으로 우면산으로 들어가는 산책로가 있다. 보덕사에서 10여분 걸으면 울창한 비자나무와 잣나무 숲을 지나 성산 약수터에 이른다. 다시 조금 더 오르면 범바위 약수터에 이르고, 곧 소망탑에서 남태령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만날 수 있다.

우면산 구간을 통과하는 ‘서울둘레길’은 정상이 아닌 산기슭을 도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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