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도력 추락속, 오바마의 불행이 시장호재로 작용해 눈길

 “오바마는 괴롭다. 하지만 오바마의 굴욕이 바로 시장의 호재다” 

 
요즘 오바마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시리아를 공격하려던 계획이 무산된데 이어 자신의 측근인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차기 의장에 앉히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게다가 미국에 제조업체를 많이 유치해 GDP(국내총생산)를 창출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이른바 ‘오바마식 Made in USA’ 정책도 일부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으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아울러 부채상한선 협상을 놓고도 공화당과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 오바마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에게 굴욕을 안겨준 서머스 사퇴가 시장엔 대형 호재로 떠올라 오바마의 자존심을 더욱 구겨놓고 있다.
 
17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의 지도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시리아 공격 무산으로 이미 날개가 꺾인 그에게 여당인 민주당 조차 오바마의 행보에 뒷다리를 거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서머스의 Fed의장 지명을 막은 것도 민주당이다. 24명의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중 공화당측 10명은 물론이고 적어도 3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서머스 지명에 사활을 걸고 반대했다. 그 결과 서머스가 스스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은행위원회가 반대하면 Fed의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향후 Fed의장에 누가 지명될 지에 대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선 서머스가 물러났으니 자동적으로 자넷 옐런 Fed부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못하다. 아직은 이런 판단을 내리기엔 시기상조다. 오히려 옐런을 지명하면 오바마가 오히려 자신에게 등을 돌렸던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옐런 보다 도날드 콘 전 Fed부의장이 더 유리할 것이란 일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어쨌든 오바마는 지금 의회와 싸울 여력이 없다. 시리아 문제가 여전히 의회에 계류돼 있는데다 앞으로 공화당과는 부채상한선 협상, 즉 재정협상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공화당측은 오바마 케어를 줄이라고 다그치지만 실제로 국민들 70%는 부채상한선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사실 서머스가 자진해서 물러난 것도 오바마가 자신 문제로 의회와 대립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오바마의 속을 썩이고 있다. 오바마는 셰일가스라는 싼 에너지 비용을 무기로 미국내 제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현행 35%인 법인세율을 28%수준으로 내려서라도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제조업체들을 미국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게 오바마식 ‘Made in USA’정책의 핵심이다. 그래야만 미국내 고용도 창출되고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이며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이같은 오바마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 공장을 해외로 속속 옮기면서 고용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오하이오 공장을 헝가리로 옮겼고 자동차 부품회사인 델파이는 미시간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중이다. 또 수력발전 실린더 생산업체인 Eaton Corp도 앨라배마 공장을 네덜란드로 옮길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서머스의 낙마로 세계 시장이 활짝 웃고 있다. 통화정책 긴축을 중시하는 서머스 대신 자넷 옐런이 차기 Fed의장에 지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제3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어쨌든 오바마 측근인 서머스가 낙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욕주가와 유럽주가가 올랐고 채권가격도 더불어 상승했다. 금값도 올랐다. 인도같은 신흥 위험국가의 환율도 안정국면을 연출했다. 
 
결국 오바마의 불행이 시장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자존심을 접고 시장이 원하는 자넷 옐런을 차기 Fed의장에 지명할지, 그리고 자존심을 접고 재정협상 등 모든 문제를 여유롭게 풀어갈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심기가 불편한 이상 그의 돌출행보와 시장간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또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또 폴 크루그먼이 오바마에게 “이젠 마음을 비우고 대승적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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