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걷기<시리즈-7>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조선 초의 문인 서거정(徐居正)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극찬했다는 수종사(水鐘寺)는 운길산 중턱에 있다. 이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양수리의 경치가 그렇다는 얘기다. 옛 풍광은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팔당호가 생겼으니 그 시절보다 더 좋지 않을까.

운길산(雲吉山)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산이다. 높이는 610.2m.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 북서쪽에 솟아 있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멈춘다’고 하여 운길산이라고 불렸다. 아마 구름도 이 산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의 경치에 취해 쉬어 가는 게 아닐까. 사진 애호가들에게 운해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수가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하여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널리 알려졌다. 주변에 양수리, 팔당호, 서울종합영화촬영소, 금남유원지 등이 있고 수종사까지 볼거리도 많다. 남양주시는 이 운길산 기슭을 돌아가는 둘레길도 만들었다. 바로 ‘슬로시티길’이다. 이 슬로시티길과 수종사가 오늘의 행선지다.

경의중앙선 전철은 경춘선과도 일부 구간이 일치한다. 이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온다. 역 광장에 슬로시티길 안내판이 있다.

▲ 운길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윤광원 기자

곧 숲길이 시작된다. 오른편 길을 따라 간다. 산길을 조금 오르니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야산 너머로 한강이 유장하게 흐른다.

한강을 가로질러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수리를 이어준다. 왼쪽은 폐쇄된 옛 중앙선 철교로 지금은 4대강 자전거길의 일부이고 오른쪽은 새로 놓은 다리다.

조금 더 오르니 전망대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하산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1차선 이면도로를 건너면, 논밭 사이로 데크길이 이어져 있다. 운길산 친환경체험농장 입구다. 길 양쪽은 친환경 농법의 현장이다. 농약 대신 오리와 우렁이로 잡초와 해충들을 없앤다.

데크길 끝에서 운길산 등산로와 만난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등산로 입구를 따라가지 않고 오른쪽 슬로시티길 계단으로 향한다.

조금 오르니 멋진 목제 팔각정이 보인다. 이곳은 ‘2011 세계 유기농대회정(世界 有機農大會亭)’이다. 아시아 최초로 지난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이곳 조안면 일원에서 개최된 것을 기념해 건립한 정자다. 그 정도로 이 일대는 대한민국 친환경 유기농업의 ‘메카’ 중 하나다.

얼마 더 가면 수종사(水鐘寺) 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 와서 수종사를 안보고 그냥 가면 안 될 일이다. 조금 힘들어도 가쁜 숨을 내뱉으며 오르노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수종사의 창건 연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1439년(조선 세종 21년)에 세워진 태종의 다섯째 딸 정의옹주의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일 것으로 추정되며, 1458년(세조 4년)에 왕명으로 크게 중창되었다. 일설에는 세조가 직접 창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금강산을 순례하고 돌아오던 세조가 날이 저물어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그 날 한밤중에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생각한 세조는 날이 밝자 그 종소리를 따라 운길산을 올라갔다.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 바위굴이 있었고 그 굴속에 18나한이 앉아 있었다.

굴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암벽을 울려 마치 종소리처럼 들린 것을 알게 된 세조는 그곳에 절을 짓게 하고 18나한을 봉안한 후, 이름을 수종사라고 했다고 한다.

약사전 앞에는 아무리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서거정이 극찬했듯이, 수종사의 진면목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와 팔당호의 경치다. 맑은 날 수종사에 가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그려놓은 최고의 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다.

대웅전 앞을 지나 불이문(不二門)을 들어서면 키 40m, 둘레 7m가 넘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은 500년이 훨씬 넘는다. 그 앞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와 팔당호의 풍광이 수종사의 백미다.

절집 안에 있는 찻집에서 그윽한 다향에 취할 수 있는 것도 수종사의 별미다. 찻집 보살의 잔소리가 귀에 거슬려도, 아름다운 경치와 어울리면 그 조차 정겹다.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와 슬로시티를 따라간다. 이윽고 변협·변응성장군 묘가 보인다.

변협(邊協) 장군은 1555년(명종 10년) 을묘왜변(乙卯倭變) 때 해남현감으로 왜구를 격파했으며 1587년(선조 20년) 전라우방어사로 녹도·가리포의 왜구를 격퇴했다. 죽은 지 2년 후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났는데, 선조는 변협과 같은 장수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나중에 좌의정에 추증됐다.

그의 아들 변응성(邊應星)은 임진왜란 때 이천부사로 여주목사 원호(元豪)와 협력하여 남한강 중류 지역에서 적의 보급로 경비대를 섬멸했다. 1596년 이몽학(李夢鶴)의 난이 일어났을 때 용진과 여주 파사성을 수비했다. 사후 병조판서에 추증됐다.

슬로시티를 따라가다가 송촌1리에서 도로를 건너 ‘송촌유기농단지’로 들어선다. 이곳은 유기농 딸기의 명산지다. 5월 딸기 철에는 유기농 체험과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딸기를 맛볼 수 있다.

유기농단지를 지나면 북한강변이다. 강가를 따라 4대강 자전거길과 트래킹 코스가 두물머리를 향해 뻗어 있다. 아까 운길산에서 본 다리들이 보인다.

멋진 현수교를 통해 늪지대를 건넌다. 현수교는 대개 다리를 지탱하는 철제 와이어를 감은 아치형 파이프가 양쪽에 있지만, 이 다리는 하나로 양쪽을 연결한 게 이채롭다.

다리를 건너니 강 쪽으로 돌출한 공원이 보인다. ‘물의 정원’이다. 이곳을 지나면 곧 오른쪽으로 운길산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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