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정감사 2] 국회 파탄 책임의 50%는 위원장에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회의 모든 일정에는 항상 복병이 숨어 있다. 여야의 충돌로 인한 국회 파탄이다.

상임위원회 회의가 공전되면, 이날 출석이 예정된 정부 관계자들이나 증인, 참고인들은 모두 한도 끝도 없이 대기해야 된다. 일정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도 예외가 아니다. 여당과 야당이 특히 심각하게 충돌하면 국정감사 일정이 전면적으로 중단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다투느라 국정감사를 파행적으로 진행한 것인데, 나중에 국회가 정상화됐다고 해서 한번 지나간 국감일정을 다시 잡기도 한다. 이런 국감을 받는 기관의 입장은 억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도 민간의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국정감사이기 때문에, 일단 국감 회의가 시작된 후에는 의원들이 현장에서 정쟁을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작은 복병은 이렇게 국민을 직접 접촉하는 자리에도 숨어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또 상대편을 자극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쇼’를 펼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이런 추태를 피해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상임위원장이다.

지금부터 13년 전의 17대 국회에서부터 재정경제위원회(지금의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취재한 과정에서 훌륭한 상임위원장으로 평가할 만한 사람은 17대 재경위 김무성, 19대 정무위 김정훈, 지금의 20대 국회 정무위 이진복 위원장 등이다. 옛 한나라당 계열의 위원장만 언급한 이유는 두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줄곧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맡고 있어서다.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진행을 한 위원장도 대부분 이들과 같은 정파가 된다는 얘기다.
 

▲ 김정훈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오른쪽)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012년 행사에서 담소하고 있다. 김정훈 위원장은 초선의원 때부터 국회 몸싸움 현장에서도 상대당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그의 이런 익살은 충돌이 잦은 정무위원회를 2년동안 평화롭게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사진=뉴시스.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비결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적으로 상대정파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 간 쟁점이 없는데 상임위 회의에서 자꾸 큰소리가 나오는 발단은 상당부분 위원장의 석연찮은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취재석에 앉아있는 기자가 듣기에도 ‘저 말에는 뭔가 당의 이해가 섞인 듯 하다’ 싶으면 절대 지나갈 리가 없다. 반대 정당의 선봉장에 해당하는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반격을 시작한다. 진작부터 위원장이 언제 편파진행을 하나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던 사람이니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불만을 제기하는 발언이니 표현이 고울 수도 없고 때로는 위원장이 속한 정당의 ‘최고 어른’까지 언급한다. 이게 상대당 ‘주 공격수’의 재반격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무수한 증인과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귀다툼이 장시간 펼쳐진다.

2년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위원회의 성격은 원구성 초기에 형성된다. 다툼이 잦은 위원회는 의원들 간 상대편에 대한 피해의식이 상당히 누적된 곳이다. 그래서 한번 다투기 시작한 위원회는 2년 내내 북새통속에 회의를 치르게 마련이다.

위원장의 진행을 포함해 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공유가 된 위원회는 2년 내내 파탄 한 번 없이 넘어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성공적 위원장들의 진행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자기당 의원들을 자제시키고, 상대 당 의원에게는 배려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2004년 민주노동당의 사상 첫 원내진입과 같은 때는 소수당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같지만, 의정 현장에서는 이런 한 마디가 상당히 분위기를 바꾼다.

위원장은 진행을 주로 하고, 자신이 질문을 하는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위원장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장관이나 여타 출석 기관장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소속 의원들의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이 때도 드러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가 묻고 싶은 것을 위원장님이 다 하셔서 내가 질문할 게 없어졌다”는 호평이 나오는 위원장이 있는 반면, “위원장부터 그렇게 편파적인 발언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냐”는 불만을 초래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반응은 원 구성이후 누적된 감정의 표출일 때가 많다.

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의 입장에서는 덕망이 자자한 상임위원장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국회가 내리는 은총이다.

위원장 잘못 만난 피감기관들은 이미 날은 저무는데, 회의가 언제 정상화될 지 기약없는 시간을 양지탕 한 그릇으로 흘려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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