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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그림으로 들어가는 녀던길’서...퇴계의 배움길을 되짚다어느 기업인의 ‘추석 연휴’ 트레킹 이야기<13>...관광산업 발달한 하회마을과는 사뭇 달라
박성기 도보여행가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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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7  03: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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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 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긴 추석 연휴도 끝쪽을 향해 간다. 그래도 연휴가 아직 남아있다는 건 위안이다. 어제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이번에도 추석 연휴 분위기와 어울리는 곳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민속' 분위기 가득한 안동 '그림으로 들어가는 녀던길' 이다. 과거에 다녀왔던 길인데 기억을 다시 더듬으니 추억이 새록하다.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 이란 수식어도 남다르다. 퇴계 선생이 이곳 청량산에 올라 학소대의 기암절벽과 굽이치는 낙동강 물길을 바라보고는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해본다.

안동 녀던길, 첫째날

퇴계선생이 어려서 숙부께 논어를 배우기 위해 다니던 길이 녀던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선생이 학문을 배우기 위해 다녔던 배움의 길을 따라 행장을 수습하고 길을 나선다.

   
▲ 녀던길 표지석. /사진=박성기 대표

녀던길은 단천교(백운지교)서부터 건지산을 넘어 농암 이현보선생의 고택인 농암종택을 지나 고산정까지의 길이다. 단천교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녀던길 표지석이 보인다.

녀던은 '가던', '다니던'의 뜻을 지녔다.

퇴계선생의 도산십이곡에 녀던길이 나와서 녀던길이라고 부른다. 요즘에야 예던길로도 부른다. 또한 퇴계선생이 이 길을 따라 청량산을 다녔다고 해서 퇴계오솔길이라고도 부르니 다 같은 길의 이름이다.

하늘은 비가 올 것처럼 잔뜩 흐리다. 다습한 기온에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나마 넘실대며 황토 빛으로 거칠게 흐르는 낙동강 물소리에 시원함을 느낄 뿐이다. 아마도 전날 내렸던 비 때문에 거친 강 본연의 모습을 찾아갔겠다. 우렁우렁 무섭게 울던 강울음 소리가 이내 다정하게 들린다.

   
▲ 전망대의 경암 시비. /사진=박성기 대표

3km를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서서 낙동강과 청량산을 바라본다. 흐린 날씨에 청량산은 흐릿하다. 낙동강은 멀리 산허리를 날쌔게 돌아 큰 원형을 빠른 걸음으로 와 앞에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전망대에 퇴계가 노래한 「미천장담(彌川長潭)」과 「경암(景巖)」 싯귀가 적혀있다.
 

천년을 두고 물살을 받으나 어찌 삭아 없어지겠는가?
물결 가운데 우뚝 우뚝히 서 있으니 그 기세 씩씩함을 다투는 듯
사람들의 발자취란 꼭 물에 뜬 부평초 줄기 같으니,
다리를 굳게 세움 누가 능히 이 가운데 있음만 하리오?

「경암(景巖)」

   
▲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청량산. /사진=박성기 대표

한참 고개를 빼고 우르릉 요란한 울음의 강을 쳐다보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터 4km 건지산을 넘어야 한다. 바로 앞을 강 따라가면 되는데 길이 없다. 땅 주인이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잡초만 무성해 예전 길을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괜한 객기로 길을 찾는다고 풀섶에 들어갔다가 2시간을 고생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몸은 지치고 땀 범벅이다.

건지산을 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굶었던 터라 힘은 빠지고 숨이 턱까지 다다른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거의 탈진할 딱 그만큼에 건지산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 앉아 간단한 요기를 하고 산 능선을 따라 학소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땀으로 온 몸을 절였다. 자꾸만 눈으로 땀이 들어가 눈물처럼 눈두덩을 훔쳤다. 지친 몸은 임계치를 벗어나 발을 떼는데도 힘이 든다. 날은 습하고 힘은 빠지고….

   
▲ 건지산 중턱에서 바라본 강각과 애일당. /사진=박성기 대표

한 시간을 더 내려가니 삽재와 학소대 갈림길이다.

학소대는 청량산으로의 방향이라 삽재로 돌아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옹달샘을 지나 다시 녀던길이 연결되었다. 단천교 출발을 1시에 했는데 벌써 6시가 넘는다. 산을 넘느라 못 들었던 강울음이 반가워서 몸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산허리에 강각이 보인다. 몸은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빠르다.

   
▲ 농암 종택. /사진=박성기 대표

농암 종택(聾巖 宗宅)에 도착했다. 이현보(李賢輔) 선생이 분강촌(汾江村)에 터를 잡아 세거를 시작한 곳이다. 퇴계선생과 문학과 철학을 논하고 삶을 즐기던 곳이다.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인 분내를 따서 세운 분강서원(汾江書院)이 바로 종택 옆에 있다. 또한 강각(江閣)과 애일당(愛日堂)이 서로 격하여 있다.

   
▲ 강각과 애일당. /사진=박성기 대표

한동안 종택에 취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너무 늦어 내일 다시 찾기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시간이 벌써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다. 2킬로 남짓 더 걸으니 녀던길의 종착지 고산정(孤山亭)에 도달했다. 벌써 날이 깜깜해져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숙소로 발을 옮겼다.

   
▲ 산 아래 고산정이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오늘 길을 되돌아보면 건지산을 넘으며 무척 힘이 들었지만 산중턱 언뜻언뜻 스치며 지나가는 구름사이로 보이는 농암 종택을 만나면서 피로는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공부의 수행이 어찌 편안한 날만 있었을까. 어린 퇴계 선생이 배움을 얻기 위해 걸었을 길이기에 힘들었지만 가슴이 벅찼다. 얼마 전 다녀왔던 같은 안동의 하회마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하회마을은 관광산업이 잘 발달한 곳이다.

내일은 그림으로 들어가는 청량산을 구경하고 태백까지 35번 국토 기행을 하기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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