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는 여러 이유 댔지만 서머스 낙마가 가장 큰 이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벤 버냉키 의장이 왜 그랬을까. 그가 9월 양적완화 축소를 왜 포기 했을까. 이와관련, 버냉키는 아직 경제회복이 완전치 않아서라는 이유를 댔다. 그리고 미국 정치권의 부채상한선 협상 마비로 인한 재정파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장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차기 Fed의장 후보 자리에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낙마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이것이 9월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 어차피 자넷 옐런 등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차기 Fed의장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굳이 양적완화를 서둘러 무리하게 축소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20일 글로벌 시장에 따르면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 연기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의아해 하고 있다. 
 
이와관련, “경기가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서”라는 버냉키의 주장이 가장 그럴싸한 명분이 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9일(미국시각) 미국 각 당국이 발표한 모든 경제지표는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 버냉키가 하루 전에 한 말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19일 발표된 2분기 경상수지,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8월 주택매매지수 등 모든 지표가 크게 살아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적완화 축소를 미룬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정치권의 재정 협상 난항에 따른 재정파국 우려다. 재정 파국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양적완화까지 축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얘기인즉 이렇다. 미국 의회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앞서 이달중 임시 예산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다음달 1일부터 대부분의 정부 기능이 마비된다. 또 다음달 중순엔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을 높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울러 부채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미 정부는 디폴트를 내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달 중순까지 예산안과 부채한도 문제가 원만하게 타결될 경우 Fed는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 크든 작든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파국이 이어질 경우 시장은 심각한 충격에 빠질 것이며 이런 상황이라면 10월에도 양적완화 축소는 요원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극적 타협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정 협상이 연말까지는 타결될 가능성이 있어 12월 양적완화 축소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에 느긋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서머스의 낙마다. 만일 서머스가 낙마하지 않았다면 버냉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9월 양적완화 축소조치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머스가 차기 Fed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버냉키 주도로 이뤄졌던 양적완화는 급격하게 단절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버냉키 못지않게 통화완화정책 옹호론자인 자넷 옐런이 차기 Fed의장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아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버냉키가 양적완화 축소를 무리하게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여유롭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자연스레 옐런에게 통화정책의 바통을 이어주면 된다. 그러면 옐런은 시간을 갖고 양적완화를 서서히 중단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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