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연휴' 이야기가 있는 걷기<9>...옛부터 경제, 군사, 교통 요충지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계양산(桂陽山)은 한남정맥 산줄기에 속하는 산으로 높이는 395m지만 강화도를 제외한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부평의 진산 또는 안남산(安南山)이라 기록돼 있고 ‘대동여지도’에도 안남산이라 표기되어 있다. 한 때는 아남산(阿南山), 경명산(景明山)이라고도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래 가장 보편적인 명칭은 계양산이었다.

계양산이란 지명은 옛날부터 이곳에 계수나무와 회양나무가 자생하였기에 계수나무의 ‘계’자와 회양나무의 ‘양’자를 합쳐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계양구의 꽃인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핀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서쪽으로는 영종도와 강화도 등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서울특별시 전경이, 북쪽으로는 고양시가, 남쪽으로는 인천광역시가 펼쳐진다.

산 아래에는 계양문화회관과 경인여자대학교·지선사·성불사·연무정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남단에는 1986년 도시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계양공원이 들어서 있다. 동쪽 기슭 봉우리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계양산성(桂陽山城)과 봉월사터·봉화대 등 유적지, 고려시대의 학자 이규보가 거처하던 자오당 터 및 초정지가 위치한다. 서쪽으로는 조선 고종 20년(1883년)에 해안방비를 위해 부평고을 주민들이 참여하여 축조한 중심성(衆心城)이 징매이고개(景明峴) 능선을 따라 걸쳐 있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연무정에서 시작하여 팔각정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계산약수를 지나 계양문화회관으로 내려가거나 징맹이고개 쪽으로 능선을 계속 타면 된다. 어느 코스든지 2시간쯤 걸린다.

수도권전철 1호선을 타고 인천 쪽으로 가다가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 계산역에서 내린다. 4번 출구로 나오면 정면에 계양산이 우뚝 솟아 있다.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해 올라가다가 작은 사거리를 건너 조금 더 가면, SK주유소 지나 오른쪽으로 계양산 삼림욕장 입구로 들어가는 골목이 나온다.

골목 왼쪽으로 지선사(知宣寺)가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절이지만 유난히 예쁜 꽃이 많고 경내가 잘 꾸며져 있다.

삼림욕장에서 바로 산길을 오르지 않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둘레길을 따라 간다. 편도 4차선은 족히 될 정도로 넓은 길이지만 양쪽에 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초록의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길가에 고려 후기 대표적 문인의 한 사람인 이규보(李奎報)의 시비가 서 있다. 문순공(文順公) 이규보는 명문장가로 그가 지은 시는 당대를 풍미했다. 무인집권자 최충헌의 발탁으로 벼슬길에 올랐고, 몽골군의 침입을 명문인 진정표(陳情表)로 격퇴하기도 했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 ‘국선생전’이 있으며 작품으로는 ‘동명왕편’ 등이 있다.

둘레길은 계양문화회관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끝난다.

이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양약수터 작은 정자 옆에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진다.

여기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760미터로 매우 짧지만 급경사여서 꽤 힘들다. 그렇지만 가장 일반적 등산로인 연무정에서 오르는 길이나 삼림욕장 코스보다 소요시간이 적고 다른 코스보다 그늘이 훨씬 많다.

▲ 계양산: 왼쪽이 계양산 정상 /사진=윤광원 기자

중간의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서면 인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쉬엄쉬엄 산길을 오르길 1시간여,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통신탑이 내려다보이는 정상 공터에 세워진 정상석에는 계양산이 인천을 대표하는 진산(鎭山)이자 주산(主山)이라고 당당히 기록돼 있다.

하산길로는 가장 코스가 긴 연무정 쪽을 택했다. 등산했던 코스와 달리 나무데크 계단으로 잘 정비돼 있는 하산로는 그늘이 없는 대신 조망이 뛰어나다. 인천 앞바다와 영종도(永宗島)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하는데,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예외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숲길이 정말 반갑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계양산 정상이 삼각뿔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고 정상에는 통신탑이 마치 피뢰침처럼 꽂혀 있다. 암릉이나 특별한 굴곡 없는 피라미드 같은 산이다. 그 뒤로 해발 285m의 천마산이 이어져 있다.

계단 길을 계속 내려오니 멋진 정자가 서 있다. 정자 위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면서 흐르는 땀과 쌓인 피로를 단번에 날려준다. 정자에 누워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유가 넘친다. 산 아래 경인여대(京仁女大) 캠퍼스 옆은 군부대다.

다시 하산길에 나섰다. 바로 오른쪽이 계양산성 성벽이다. 인천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계양산성은 계양산 정상 동쪽 해발 230m지점 작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축조된 삼국시대 석성이다. 봉우리를 감싸는 ‘테뫼식’ 산성으로 총길이는 1180m, 높이는 7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외부는 잘 다듬은 성돌을 쌓아올리고 내부는 흙으로 경사지게 처리한 ‘내탁식’ 성이었는데, 동쪽과 북쪽에 두 개의 성문터와 수구(水口) 흔적이 남아있다.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군사·교통 및 경제의 요충지로 인천시는 복원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계양산성을 지나니 이젠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휘파람을 불며 즐겁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등산로 입구다. 오른쪽에 연무정(鍊武亭)이 있다. 대한궁도협회 공인 국궁장이다.

길을 내려와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길 오른쪽 성불사(成佛寺)에선 오대산 월정사에 있는 팔각구층탑을 쏙 빼닮은 석탑이 눈길을 끈다.

경인여대 정문 앞을 지나 내려오다가 큰 길에서 좌회전, 도로를 따라가면 계산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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