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추석 연휴' 트레킹 이야기<14>...이곳도 관광산업 면모 갖춰

▲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 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그림으로 들어가는 녀던길' 방문, 둘째 날이다.

이른 아침, 하늘은 구름을 잔뜩 머금고 이따금 빗방울만 후두둑 아침을 뱉어낸다. 비가 그쳤다. 오늘은 35번 국도를 타고 봉화의 청량산을 지나 태백까지 낙동강을 따라 가볼 생각이다. 황지에서 솟구친 물이 검룡소를 뚫고 거센 기세로 내려오던 낙동강을 안동서부터 거꾸로 올라가면서 볼 참이다.

▲ 숙소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아침 /사진=박성기 대표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고산정을 찾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스치듯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이른 새벽이라 물소리는 더욱 청량하면서도 거칠다. 밤새 내린 비 때문이다.

▲ 분강서원 /사진=박성기 대표

너무 늦어 어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농암종택을 다시 찾았다. 농암종택 가는 길에 안개가 가득하다. 종택에 다가설수록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바람이 일었다. 안개는 바람에 밀려나고 그 자리에 농암종택과 분강서원이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로 뒤덮는다. 안개에 취해 연신 분강서원, 강원 등을 찍기에 셔터 누르는 손이 요란하다.

▲ 안개가 걷히자 분강서원이 환하게 보인다. /사진=박성기 대표

아침해가 떠오르자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종택을 휘도는 낙동강은 어제 밤에 내린 비로 더 요란한 소리로 거세게 돌아간다. 소리에 취해 의자에 앉아 가만히 거세게 돌아가는 낙동강 물소리를 들어본다.

▲ 분강서원 앞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다. /사진=박성기 대표

농암종택을 뒤로하고 퇴계태실(退溪胎室)로 향했다.

퇴계 선생께서 태어난 곳에 합당하게 단아하고 고졸(古拙)하다. 사람이 많이 찾지는 않는 모양이다. 종택을 지키는 종부만이 하염없이 걸레질을 하고 있다. 종부의 숙명은 참 힘 들겠다. 한동안 머무르며 선생의 체향을 느끼고 도산서원을 향했다.

▲ 퇴계태실 /사진=박성기 대표

도산서원은 정비가 잘되어 있다. 관광객도 많아서 평일인데도 북적였다. 대학 때 수학여행 온 곳이라 눈에 익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과는 달리 많이 낯설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벌써 삼십년이니 변화를 생각 못하는 내가 ‘청맹과니’ 같다. 이젠 이곳 관광산업도 많이 커졌으리라.

▲ 도산서원 /사진=박성기 대표

도산서원은 강을 끼고 앉아있다. 강을 끼고 도는 것은 병산서원도 그렇고 분강서원도 그렇다. 영주의 소수서원도 강을 끼고 있으니 서원들은 아마도 배산임수의 풍수지리상 최고의 길지(吉地)에 들어선 것임에 틀림없다.

▲ 종택 /사진=박성기 대표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서원 주차장에서 산을 넘어 2킬로 남짓 종택으로 갔다. 종가를 둘러보는 중 예사롭지 않은 모시옷 입은 분이 안에서 나온다. 나도 모르게 인사를 여쭸더니 퇴계 선생의 종손이다. 좋은 말씀을 듣고는 종택을 나서 봉화 청량산으로 향했다.

청량산은 금강산을 축소한 모습이라 해서 소금강산이라고도 부를 만큼 산이 아름답고 신령스럽다. 암봉과 암봉사이를 연결한 하늘다리, 거세게 청량산을 휘도는 낙동강이 절경이다.

▲ 사색의 길 /사진=박성기 대표

입석에서부터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은 원효가 깨달음을 얻은 사색의 길로 평탄했다. 40분 남짓 오르니 청량사다. 산 이름이 청량인 만큼 차고 시원하다. 낙동강이 산을 돌아가니 더 그러했을 것이다.

▲ 청량사 /사진=박성기 대표

퇴계 선생이 청량산에 올라 학소대의 기암절벽과 굽이치는 낙동강을 물길을 바라보고는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했을 것이다. 선계에 들어온 듯 다시 내려가기 싫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다음기회로 더 오르는 길을 남겨 놓고 하산을 했다. 한때는 산골 골짝마다 사찰이 있을 정도로 컸던 곳이 이제는 청량사만 남아있어 고적하다.

▲ 청량산에서 바라본 낙동강 /사진=박성기 대표

산을 내려오니 구름사이로 뚫고 내리쬐는 볕이 따갑고 후덥지근하다. 행장을 정리하고 청량산을 출발하니 벌써 네 시다. 태백을 향해 가는 낙동강 옆을 지나는 내내 계곡이고 절승이다. 한 구비 돌면 경치가 새롭고 또 한 구비 돌면 모양이 새롭다.

사미소 계곡, 백천 계곡이며 드디어는 통천하는 기세의 검룡소까지 낙동강을 따라 올랐다.

마지막 황지는 예전 갔던 것으로 마무리하고 도산 12곡중 안향선생을 흠모하여 지은 시로 길을 마친다.

고인(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봐도 녀던길 앞에 있네.
녀던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고.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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