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0주년 앞둔 한국경제-1>...20년 전보다 더 난맥, 빨리 대비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긴 추석 연휴 말미에 조마조마해진 한국의 경제를 생각해 본다. 이번 연휴가 지나고 나면 연말까지는 불과 두 달 남짓이다. 이 기간에 일어날 일들이 걱정된다. 게다가 이제 한달 남짓 지나면 한국을 국가 부도 위기로 몰아 넣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 20주년이 된다. 올해 연말은 맘 편히 넘어갈 수 있을지, 그 것 부터가 걱정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은 심각 그 이상이다.

영국,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도 연내에 양적긴축(경기부양 축소) 일정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선진국이 통화긴축을 시작하거나 통화긴축을 강화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저들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의 금융시장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벌써 그런 조짐은 시작됐다. 추석 연휴 전부터 외국인들은 한국증시에서 채권과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한국이 처한 위험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 경제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를 손질하기 위해 ‘미치광이 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포비아(공포증)가 한국의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바로 북한 핵 위협이다. 북한의 핵 공포가 전쟁공포로 확산되자 내수가 엉망이다. 전쟁의 공포 앞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다고 야단이다. 창업전문가 배성철 씨는 최근 본지에 기고한 창업칼럼을 통해 ‘북핵 포비아’ 때문에 소비가 줄어 창업시장마저 초긴장상태라고 전한다.

▲ 지난 7일 오후, 긴 추석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고 입국한 여행객들 /사진=뉴시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위기상황’을 감지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번 추석에도 한국의 국민들은 앞다퉈 나라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넘어 포화 상태였다고 한다. 심지어 인파에 밀려 면세점 물품을 구입해 놓고 그것조차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고 출국했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올해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 150억 달러로 향하고 있다는 섬뜩한 뉴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기관 중 일부는 “한국의 9월 수출 급증이 밀어내기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데, 우리는 수출로 어렵게 번 돈을 흥청망청 써대고 있다. 20년 전의 외환위기, 10년 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들의 위기 불감증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글로벌 기관, 외신, 주요 경제전문가, 한국은행 등 너 나 할 것 없이 미국의 금리인상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고 외치는데도 한국사람들은 돈을 꿔서라도 부동산을 사겠다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돈줄 차단에 나섰는데도 9월 중 은행권에선 부동산 담보대출이 2조원 이상 더 늘었다고 한다.

가계 부채 1400조원. 어마어마한 숫자다. 한국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숫자다. 한국 경제를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보다 더 어려워지게 할 수 있는 숫자다.

20년전 한국이 망해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라는 ‘엄청난 위기’를 맞았을 때는 그래도 지금처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국민들이 나라를 살릴 힘이 있었다. 비록 나라는 다급해졌어도 백성들은 튼실했다. 금 모으기를 할 여력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가계는 이제 빚때문에 위기의 한 중심에 있다.

게다가 20년 전 한국이 외환위기로 고통받을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금세 일어날 수 있었다. 한국의 수출품을 받아들여주는 나라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 유럽의 시장은 한국의 수출상품을 호의적으로 받아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국 이기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이다. 미국은 FTA 파괴도 불사하고 한국상품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한국 상품을 배척하고 있다. 유럽은 아직 경제가 회복중이어서 예전 만 못한 수출시장이 되었다. 북한은 핵 위협으로 공포를 가해오면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긴 추석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번 한국인들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금은 폭풍 전 고요’라는 말로 말이다. 이 말은 지금의 한국적 현실을 다급하게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풍전등화를 맞고 있다. 안보상황으로도 폭풍전 고요를 맞고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하루 빨리 백성들을 보호할 길을 마련하고, 국민들도 이제는 ‘한탕주의’보다 스스로 위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 만이 살길이다. 아직 여력이 남았을 때 위기에 대비하자.

익명을 요구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 출신은 “금융시장 일각에선 10년 주기설이 나돈다”고 했다. 1997~98년에년에 외환위기가 오고, 2007~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는데 또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다시 위기 앞에 서 있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10년 위기설이라고 무시하기 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 함께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 마음을 합치는 추석 연휴 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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