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증시, 실적장세 기대 높아 vs '선반영 여부' '다른 변수'도 주목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한국이 열흘이나 되는 긴 추석 연휴를 보낼 때 국내의 상당수 주식 투자자는 미국증시 상황을 주시했을 것이다. 한국증시도 미국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작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시장 상황에 상당히 안도했을 것이다. 10월 들어 미국증시는 한국의 추석 연휴기간 내내 강세장이란 이름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한 까닭이다.

▲ 美 증시 체크하는 투자자 /사진=나스닥 홈페이지 캡처

미국증시가 얼마나 강한 흐름을 타고 있는지는 지난 6일(이하 미국시각) 뉴욕증시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그날 미국증시 내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모처럼 살짝 꺾였다. 나스닥지수는 이날에도 0.07% 오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날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다 이날 0.01% 내렸고 S&P500 지수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뛰다 이날 0.11% 하락했다.

이날 미국증시가 보합권 수준에서 혼조세를 보이며 선방한 것은 의외였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엉망으로 나왔는데도 미국증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부분적으로 참담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간 신규취업자 수가 무려 3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쇼크 수준이다. 7년 만의 감소세 전환이다. 시장에선 9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예상이 아주 크게 빗나갔다.

다만 로이터는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시장에선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9월 임금이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0.3%)를 웃돈 것도 아쉬움을 달래는 요인이었다.

이렇듯 대형 쇼크가 발생한 지난 6일에도 미국증시는 건재했다. 그러니 한국의 증시 투자자들도 안도할 만 하다.

무엇이 이렇듯 미국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가. 다름 아닌 실적시즌 기대감이다. 한국의 추석 연휴가 끝나고 3~4일 지나면 미국증시에선 본격적인 실적시즌이 열린다. 게다가 미국에선 법인세 최고세율 대폭 하향(35%에서 20%로)을 골자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개혁안이 추진 중이다. 그러니 실적기대감이 더욱 고무될 수밖에 없다. 세금 감면을 해주면 기업들의 순익은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실제로 로이터는 지난 5일 “미국증시 S&P500 지수군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실적 기대감과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외 투자기관들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한국증시 시가총액 1,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3분기, 4분기에도 역대급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 속에 상당수 증권사들은 향후 미국증시 및 한국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한국 등 글로벌 증시가 탄탄대로만 걸을 것인가. ‘낙관’ 일변도의 전망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많다. 기업은 가만히 있는데 주가만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는 없는 노릇인 까닭이다.

우선 미국증시나 한국증시에서 실적 전망이나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거나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간 주가는 오를 대로 오른 측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로이터는 지난 5일 미국증시 내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8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전했을 정도다. 또한 미국의 기술주도 올 들어 26%나 솟구쳤다고 전할 만큼 미국증시는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황이다.

한국증시에서도 그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일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살 주식이 없다”는 푸념을 쏟아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시 격언에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어느 기업이 아무리 좋은 실적을 발표해도 주가가 급등하다 정작 실적 발표 일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전에 증시에서 충분히 반영한 탓이다.

최근 미국증시에서는 일부 기관이나 전문가를 중심으로 “증시 너무 믿지 말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JP모건은 “향후 증시의 변동성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크 파버도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한국의 이진혁 전 파생시장협의회 회장은 “향후 국내 증시에서 주요 기업의 실적을 중시하되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및 지정학적 변수 등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놔선 안된다”고 말한다.

한국이 긴 추석 연휴를 보낼 때 미국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며 긍정적 랠리를 펼쳐 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 뒤 연말까지 각종 시장 변동성 요인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일각의 장밋빛 전망만 믿지 말고 ‘내 스스로를 지키는 투자전략’을 지켜줄 것을 주문해 본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시장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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