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때문에 한때 위축됐던 버냉키의 입지 세우려 연기?

9월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결국 자신들의 神적인 입지를 다시 세우기 위한 버냉키 진영의 거대한 음모 때문이었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후보에서 사퇴하자 현 벤 버냉키 Fed의장과 그의 추종자들이 서머스 부각으로 잠시 일그러졌던 자신들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묵살하고 ‘9월 양적완화 축소 여론’을 묵살한 것인가.

 
이게 사실이라면 버냉키와 그의 추종자들은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마치 Fed의장이라는 세계 경제대통령의 지위를 자신들의 ‘입지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세력이 바로 버냉키 진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선 버냉키 진영을 향해 실제로 이런 의구심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던 지난 9월17~18일(이하 미국시각) 바로 직전 까지만 해도 시장은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기정사실화 했고 적정 수준의 자산매입 축소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듯한 태세였다. 그래서 이 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시장에선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나리오 중 최악의 선택은 ‘9월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9월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조치를 내려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더 이상의 불확실성보다는 예측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게 Fed에 대한 시장의 주문이었다. 바로 FOMC회의 하루 전인 9월1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관련해 가장 불행한 것은 양적완화 축소 자체가 아니라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채권왕인 핌코의 빌 그로스 조차도 “9월 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미루는 것이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버냉키 진영은 정작 FOMC회의에서 이같은 시장의 희망을 일언지하 묵살해 버렸다. 버냉키 진영이 시장의 예상이나 바람과는 정 반대로 9월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제임스 불라드가 혼란을 부추겼다. 그는 FOMC회의 바로 이틀 뒤인 9월20일 “비록 9월 FOMC회의에선 관망을 결정했지만 10월 FOMC회의도 살아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0월에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다시 양적완화 축소 임박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바로 이틀전 양적완화 출구전략 불가 결정을 내리는데 일조했던 버냉키 진영의 제임스 불라드가 9월 회의록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당장 10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불을 지피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특히 제임스 불라드는 9월 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연기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다. 
 
이에 시장은 공분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버냉키 일행의 9월 양적완화 축소 미단행에 화가 나있던 시장 참여자들은 불라드가 10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불라드는 물론 버냉키 진영 전체를 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간 ‘Fed의 나팔수’라는 비아냥까지 받아가며 Fed와 버냉키를 옹호해 온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힐센라스 기자 조차도 이같은 버냉키 진영의 행위에 등을 돌렸다. 힐센라스는 FOMC 회의 이틀 후 WSJ 1면에 “Fed의 가이던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Fed가 의사소통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Fed는 자신들이 얼마나 더 Easy Money Policy 를 밀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선 버냉키와 그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다시 세우기 위해 9월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버냉키는 지난 9월18일 FOMC회의 직후에 가진 연설에서 “금융시장이 우리의 정책을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겠다. 우리의 정책행위는 우리의 판단에 따라서만 결정돼야 한다”고 역설한바 있다.
 
이는 9월 FOMC 회의에서 충분히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데도,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버냉키 일행이 일부러 시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아니 시장을 굴복시키기 위해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어쨌든 버냉키 일행의 엉뚱한 정책결정에 이어 불라드의 발언까지 나오자 TF 마켓 어드바이저의 Peter Tchir는 “불라드는 9월 FOMC희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미루는 안에 찬성표를 던져 놓고 10월 회의서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능하단 말을 꺼낼 자격이 있는가”라며 “불라드는 9월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람이 무슨 더할 말이 있는가. 이제 입을 닫으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lceCap Asset Management의 키이스 디커도 “투자자와 정치인, 그리고 중앙은행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혼란 속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에스더 조지 캔사스씨티 연방은행 총재가 버냉키 진영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는 9월 FOMC회의에서 유일하게 버냉키 진영의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9월 FOMC 회의 때 시장에선 이미 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수용할 태세가 충만해 있었다”면서 “Fed가 좋은 기회를 놓쳤고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에스더 조지는 그러면서 “9월 회의에서 버냉키 진영의 결정은 시장이 Fed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역설했다.
 
이는 뭘 말하는가. 돌이켜 보면 그간 버냉키 진영은 래리 서머스가 차기 Fed의장에 지명될 것이라는 소식에 놀라 움쭉달싹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서머스가 차기 의장 후보군에서 스스로 사퇴하자 그간 짓눌려 있던 버냉키 진영이 잃었던 입지를 다시 추켜 세우기 위해 9월 FOMC회의에서 시장을 깔보는 결정을 내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교활한 버냉키 진영에 시장이 공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등 신흥시장도 9월 양적완화 축소조치를 단행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기 보다 버냉키의 꼼수 뒤에 숨어있는 교활한 음모를 더 걱정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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