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고 원화환율 떨어지는데 금리 급등 기현상 원인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열흘간의 긴 연휴를 마친 한국 금융시장에서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가는 무려 1.64%나 오르고 원화환율은 10원 넘게 하락했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819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환율이 떨어진 것은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욕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국채선물 계약을 1조6000억원어치 매도했다. 채권시장으로만 보면, 외국인의 자금이탈 조짐이 우려되고 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142%로 연휴 전보다 0.052%포인트의 큰 폭으로 올랐다.

주식,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엇갈리는 이런 모습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채권을 파는 경우는 주로 지정학적 요인 등에 의해 한국을 불안하게 볼 때와 한국의 금리가 선진국에 비해 충분히 높지 않다고 볼 때다.

일단 10일 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고 원화환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면, 이날 채권시장을 움직인 건 지정학적 요인보다 한국과 외국의 금리격차가 더 큰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1달러당 1135.1 원에 마감됐다. 연휴전인 지난달 29일의 1145.4 원보다 10.3원(0.90%) 하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경기 회복세가 확인된다면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그가 재임 중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의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시장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 있지만, 현재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에도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내외 금리격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돼, 외국인들이 한국채권 투자에 대한 흥미를 잃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몇 차례 3조원 가까운 외국인들의 채권투매가 벌어진 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지난 6월 금리를 인상한 후다.

Fed의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1.00~1.25%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1.25%와 차이가 거의 없다. Fed는 올해 12월까지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미금리격차는 역전된다. CME그룹의 Fed와처프로그램은 Fed가 연내 한 번 이상 추가 금리 인상할 가능성을 10일 오후 4시26분(한국시간) 현재 93.1%로 집계했다.

손석규 채권 애널리스트는 “연휴 중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이 한꺼번에 반영돼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하락했지만, 지정학적 불안정 요인이 존재하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1.25%이고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25~1.50%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석규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국채선물을 매각한 외국인들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며 “현재 104조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한국 채권투자는 지난 2011년 이후 중앙은행들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들 안정적 투자자들이 떠나는 조짐을 보인다면 이는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화환율은 오후 4시59분 현재 112.55 엔으로 전날 뉴욕시장 마감 때보다 0.12% 하락했다.

유로가치는 1유로당 1.1763 달러로 0.20% 올랐고 파운드가치는 1.3178 달러로 0.2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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