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권오현 사퇴와 같은 비장함으로 경제대책 마련해야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62조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14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0조 원 가까이 되면서 천문학적인 실적의 기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공백을 메우며 사실상 총수대행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65)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더 크게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날 권오현 부회장의 퇴진 선언은 어쩌면 삼성전자가 거두고 있는 사상 최대 실적 잔치에 가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대변하고 있는 듯해서 어딘가 씁쓸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에 거둔 14조5000억 원, 또 4분기에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16조 원의 영업이익에 대한 부문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삼성전자가 현재 거두고 있는 이익의 70% 가까이를 반도체 부문에서 거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7% 증가하고 내년에는 4% 증가하는 데 그치며 2019년에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신규 공급 증가로 마이너스 1%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이후 삼성전자 영업이익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2019년의 경우 신규 업체까지 가세해 공급이 증가하지만 반도체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그만큼 가격 하락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성장세가 어느 시점에 확 떨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 경제 수출액은 단군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5%나 늘어나며 축포를 한껏 쏘아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의존형,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글로벌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고 여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시장 주도권을 잡으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11개월 연속 전년 대비로 수출이 늘어나고 올해 들어서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계속 이어오는 요인이다.

만일 내년 이후 반도체 경기 상승세가 둔화되고 기저효과까지 겹치면 수출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지금까지의 추세를 벗어날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변동성이 높은 반도체 경기는 한국 경제에서 악동(惡童)이 되었다"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즉 반도체 사이클을 타고 한국 경제가 부침을 거듭해왔고, 대박 풍선이 터지는 순간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참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2500선 근처까지 상승한 코스피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의존도 역시 심화되고 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5조 원 수준으로 삼성전자 몫이 59%에 달한다.

반도체 부문만 놓고 보면 40%를 담당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성장에 울고 웃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정 산업에 '천수답'처럼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혁신을 시급히 실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오현 부회장이 13일 사임의 변을 발표하면서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 말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 역시 깊이 있게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하나만으로 한국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도 엄중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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