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엔 한 달 동안 하루 한 경기만 해야 하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롯데자이언츠와 NC다이노스의 지난 11일 3차전 경기는 무려 5개 케이블 채널이 중계했다. 골수 야구팬들로서는 어느 방송이 가장 경쟁력 있나 확인하는 기회는 되겠지만, 방송국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똑같은 경기 시청률을 5개사가 나눠가져야 하는 일이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종목인만큼 방송중계에서 대단한 혜택을 입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야 저리 중계가 됐지만, 이보다 앞선 와일드카드전부터 공중파가 생중계를 했다. 최종 챔피언을 다투는 경기마저 공중파커녕 케이블에서도 보기 힘든 다른 종목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프로야구라도 한국시리즈가 아닌 이상 공중파 생중계는 100% 보장을 못한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과 같은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5개 스포츠 채널이 똑 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은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의 흥행 측면까지 감안해서 만들어졌다. 요즘 프로스포츠 추세로 절반에 가까운 팀에게 포스트시즌 기회를 줘야 시즌 내내 팬들의 관심을 붙들어 맬 수 있어서 10개 팀 중 5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그리고 순위가 높은 팀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적 이익을 가지고 시리즈에 임한다.

그래서 4~5위 전을 시작으로, 3~4위, 2~3위, 1~2위 결정전이 이어진다. 한 달 동안 프로야구는 한 경기만 열린다.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에만도 우천이 없을 경우 10일이 걸린다. 최종 승부인 한국시리즈야 두 강자의 대결이니 그렇다 쳐도 앞선 라운드들도 이런 식이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프로야구 산업적 측면에서도 아마 아쉬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듯하다.

만약 공중파들이 프로야구 생중계를 꺼려하는 풍조가 한국에도 나타날 경우 스포츠 채널들이 이를 맡게 될 것이다. 5개 채널이 한 달 내내 한 경기를 똑같이 중계하거나, 한 곳이 중계하고 나머지 4곳은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야 한다.

초겨울이 확실해지는 11월 야구를 해야 하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 기아타이거즈는 지난 3일 경기를 치른 이후 22일 휴식에 들어가 있다. 우승을 했다는 죄 아닌 죄로 인해 이 팀의 팬과 선수들은 황금의 계절 10월을 그냥 보내고 겨울야구를 준비해야 된다.
 

▲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만에 우승을 했는데도 11월2일까지 시즌을 지속해야 했다. 올해 일정에 따르면 한국시리즈 6차전과 7차전이 11월에 열린다. /사진=뉴시스.


11월 야구를 피하려고 포스트시즌 일정을 축소하면, 야구 인기에도 좋지 않지만 ‘야구산업’의 포스트시즌 실적도 감소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포스트시즌이 하루 한 경기만 열리는 것을 바꿀 방법은 없을까. 한국시리즈 아닌 앞선 라운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두 개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면 경기수도 줄이지 않고 포스트시즌의 산업적 실적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또 공중파 중계가 여의치 않아서 스포츠전문 채널들이 중계를 하는 날도 단일 경기 동시중계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

간단한 방법은 포스트시즌 전체를 프로농구 토너먼트처럼, 1위 대 4~5위 승자, 2위 대 3위의 대결로 구성하는 것인데 이는 프로야구 성격에는 맞지 않다. 강한 팀의 승률이 60% 정도에 그치는 이 방법은 정규리그 우승팀의 유리한 점이 너무 부족하다.

준 플레이오프를 2위 대 5위, 3위 대 4위의 두 경기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상위 팀이 1승을 안고 하게 되면, 기존의 10일(올해는 우천으로 11일) 걸리는 와일드카드-포스트 시즌 일정이 5일로 크게 줄어든다. 전체 경기 수는 6~8 경기로 기존의 4~7 경기보다 더 늘어난다. 단점은 2위 팀이 3위보다 누리는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3~4위 간에는 1승 차이를 없애면 이번에는 3위가 4위보다 홈경기를 더 하는 것 말고 다른 장점이 없어진다.

상위팀의 장점을 확실히 살리려면 와일드카드와 포스트시즌을 합쳐 3팀의 리그로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3~5위 세 팀이 홈앤드어웨이로 2위와 맞붙을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3위는 5위와의 홈경기를 이긴 것으로 간주하고 리그를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3위는 1승, 5위는 1패를 안고 출발해 상위팀의 혜택이 확실해 진다.

이 방법으로는 5경기가 열려 기존 4~7 경기보다는 다소 줄어드는 점은 있다. 그러나 일정은 5일에 소화된다.

올해 최고 강팀이 좋은 계절 다 보내고 겨울에 경기하러 나서는 것도 문제지만, 10개 팀이나 있는 리그에서 한 달 동안 하루 한 경기만 진행하고 우승팀은 장기간 대기하는 것도 좀 다시 살펴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흥행도 좋지만, 승률 5할이 안된 팀에게 우승할 가능성을 남겨주는 것이 과연 1년 내내 야구를 성원한 팬들에 대한 예의인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 라운드는 지금처럼 유지하되 승률 5할 이상인 팀에게만 적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그럼 5할만 넘으면 6위, 7위도 기회를 주라는 반론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 5개 팀이 모두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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